
유한양행, 제일약품, 동국제약, GC녹십자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잇따라 자회사 핵심 파이프라인을 분사해 상장하고 있다. 신약개발이나 첨단 진단 기술을 가진 자회사를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고, 이를 통해 상장과 투자 유치, 기업가치 제고까지 동시에 꾀하는 전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 자회사 GC지놈은 6월 상장을 목표로 오는 23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있다. GC지놈은 GC녹십자그룹 '파이프라인 분사형 상장' 전략에 따라 IPO를 준비 중이다.
GC녹십자그룹은 이미 유전체 분석, 세포치료제, 진단기기,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 자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켜온 이력이 있다. GC지놈이 상장에 성공하면 GC녹십자그룹 상장사는 △녹십자홀딩스 △녹십자 △녹십자웰빙 △녹십자엠에스 △지씨셀(GC Cell) △유비케어 △GC지놈까지 총 7개가 된다.
2013년 설립된 GC지놈은 건강검진 검사, 산전·신생아 검사, 암 정밀진단 등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상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이다. 희망 공모가는 9000원~1만500원으로 공모예정금액은 360억~420억원이다. GC지놈은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암종 확대 및 암 전주기 확장을 위한 연구개발, 글로벌 시장 다변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유한양행 자회사이자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기업 이뮨온시아는 지난 19일 상장했다. 이뮨온시아는 면역관문 억제제(IMC-001), CD47 타깃 항체(IMC-002), 이중항체 파이프라인 등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상장 첫날 주가가 10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유한양행이 설립 후 처음으로 상장시킨 자회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6년 글로벌 기술이전, 2029년 국내 상용화가 목표다.
동국제약은 기존 조영제, 의료기기, 인공지능(AI) 진단사업을 분할해 만든 동국생명과학을 지난 2월 상장시켰다. 동국생명과학은 국내 조영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318억원으로 2023년 1202억원 대비 9.7% 증가하며 성장하고 있다. AI 진단 소프트웨어와 수입 영상진단 장비 유통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12월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시장에 입성시켰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위산분비억제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를 앞세운 신약 전문 기업이다. 자큐보는 현재 제일약품과 동아ST를 통해 공동 판매되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 매출 급성장에 힘입어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를 기존 162억원에서 249억원으로 54% 상향 조정했다.
주요 제약사들의 이같은 행보는 자회사 분리 후 상장을 통해 사업 영역 전문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통 제약사가 핵심 파이프라인이나 고부가가치 사업을 별도 자회사로 독립시켜 상장하면, 해당 사업 기술력과 잠재력을 보다 명확하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파이프라인 단위로 상장과 밸류에이션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지는 것이고, 기업은 자금을 전략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