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AI미래기획수석이 임명되고, 며칠 전 국정기획위원회도 출범했다. 새 정부의 공약을 구체화하고 실행 체계를 정비하기 위한 준비가 바쁜 일정을 시작한 셈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례적인 상황인 만큼 국정기획위원회도 모든 사안을 다루기에 빠듯하겠지만, 인공지능(AI)·과학기술정책을 그려 가는데 있어 과학기술 거버넌스 설계가 중요한 밑그림이 아닐까 여겨진다. 이점에서 AI수석의 임명은 중요한 첫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고 하겠다. 이제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나머지 부분도 채워나가야 하겠다.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단순히 과학기술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의 형태로 이해할 수도 있고, 최근 임명된 AI미래기획수석직의 역할을 통해 추론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 거버넌스에 관한 논의를 돌아보면, 우리는 이것을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적인 체계로 말해 왔던 듯하다.
그 중 한 축은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다. 이것에 관해 과학기술계에서는 부총리제에 대한 목소리가 있었고, 새 정부의 공약집에는 '과학기술 전담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 '분산 연구개발(R&D) 체제를 집중체제로 전환' '국가과학기술혁신 추진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같은 기능과 역할을 제시한 만큼 이 틀에 기반해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축은 대통령실 조직이겠다. 이미 AI미래기획수석이 임명되었고, 과학기술연구비서관 등의 직제가 정해지면 이것의 윤곽도 갖추어지겠다.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세 번째 축은 위원회 중심의 자문·심의 구조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대표적인 예로, 여기에는 대통령 자문 기능과 더불어 예산, 정책, 성과평가 등을 다루는 심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거버넌스 논의는 수석실의 직제를 정하고, 과학기술전담부처의 위상을 논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두 가지 논점에서 거버넌스 체계를 좀 더 깊이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세 개의 축이 유기적이고 조화롭게 기능할 수 있도록 역할과 기제를 정비하고 정립하는 것이다. 그동안 부처와 대통령실 간 역할의 부조화가 정책 추진의 걸림돌이 되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여러 위원회의 역할과 책임 범위 또한 누가 맡느냐에 따라 달라져 보였기도 했다. 마치 삼각형의 한 꼭짓점이 움직이면 다른 점과 선들도 재정렬되어야 하는 것처럼, 이 세 핵심 기능이 연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거버넌스 개편에서 다루어야 할 주제라고 여겨진다.
둘째는 새 정부의 철학을 반영한 정책 결정 기제의 설계다. 만약 정부가 '참여' '통합' '균형'을 중요한 핵심가치로 삼는다면, 과학기술정책이 형성되고 평가되는 과정은 지금과 달라진 모습을 갖춰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보다 상향식(보텀업) 의사결정 방식을 확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것은 거버넌스의 모습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정책 수립 과정에 국민패널의 참여를 확대하거나, 참정권 관저메서 의제 설정이나 조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포함해 정부와 시민 참여 간의 역할을 일정 부분 분산하는 체계를 시도될 수도 있겠다. 정책 실험실 제도를 확대하거나 일정 범위에서 정책에 대한 시민배심원제를 시도해 볼 수도 있겠다.
다가오는 여름, 새 과학기술정책과 거버넌스가 점차 구체적인 모습을 갖춰갈 것이다. 과학기술계 역시 기대와 관심을 갖고 이 변화를 지켜볼 것이다. 거버넌스 개편 역시 누적과 축적의 과정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 또한 크지 않을까 한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과실연 정책기획위원장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