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사법리스크 10년, 후폭풍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사법 리스크 터널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게 됐다. 2015년 7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체결된 지 10년 만이다.

이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을 둘러싼 첫 소환 조사가 이루어진 건 합병 5년 만인 2020년이다. 앞서 2016년부터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조사, 기소가 동시에 진행되며 10년간 재판에 얽매여 있었다.

이 회장은 2021년 8월 광복절 기념 가석방으로 풀려난 후 2022년 8월 특별사면으로 복권된다.

같은 해 10월 공식적으로 삼성전자 회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경제인으로서의 정상 복귀는 요원했다.

남은 재판에서 유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만큼 경영 활동이 자유로울 수 없었다. 중장기 사업 전략을 구상하기 쉽지 않았고, 글로벌 파트너와 협상에도 제약이 있었다.

즉,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순간부터 총수로서 정상적 활동이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삼성의 미래 전략 수립과 대형 M&A에서 차질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정상적 활동에 제약이 발생한 이후 과감한 투자 등 경영 결정이 지연되는 등 삼성전자의 성장이 지체됐다며,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통상 갈등·첨단산업 패권 경쟁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추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더더욱 아쉽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물론 주요 사업 모두에서 기술 격차가 흔들리며 부진한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핵심 밸류체인이 된 고대역폭 메모리(HBM) 투자 지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점유율 하락 등 반도체 사업 부진이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메모리 부문 글로벌 1위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스마트폰 사업도 글로벌 경쟁사와 격차가 줄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지난해 19%로 집계됐다. 경쟁사인 애플(18%)과 샤오미(14%), 비보(8%) 등은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TV와 가전은 중국에 맹추격을 허용했다. AI 등 신기술로 차별화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추격 속도 또한 예사롭지 않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TV 시장점유율 뿐만 아니라 매출점유율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중국의 점유율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부당합병 등 혐의와 관련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부당합병 등 혐의와 관련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재계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삼성이 첨단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의 경영 리스크 해소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희망했다.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일자리 창출 등으로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주요 재판 일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주요 재판 일지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