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제시한 주요 혁신안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됐던 의원총회가 전국적인 수해 상황으로 연기됐다. 출범 10여 일 만에 사실상 좌초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의총 연기로 향후 혁신위의 진로는 더욱 안갯속에 빠진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당초 21일로 예정했던 의원총회를 전격 취소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0일 의원들에 “전국적으로 극한 호우로 인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수재민 지원과 자원봉사활동에 당력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3일 의원총회는 개최되지 않는다”고 전달했다.
의총이 연기되면서 혁신위가 제안한 핵심 안건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윤 위원장이 내놓은 혁신안에는 △당헌·당규에 계엄 및 탄핵 관련 사과 명시 △최고위원회 폐지 및 당 대표 권한 강화 △당원소환제 강화 등이 포함돼 있었다.
다만 윤 위원장이 제안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에 대한 1차 인적 쇄신 △당 대표를 국민 여론조사 100%로 선출하는 방안 등은 내부 이견을 이유로 의총 안건에서 제외된 바 있다.
당내에서는 혁신안이 실제 통과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일부 의원들은 혁신안 처리를 차기 지도부로 넘기자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으나, 전당대회 이후 혁신 논의가 사실상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혁신안 논의를 계기로 당내 극우화 경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인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를 인용하며 “국민의힘은 유능하고 양심적인 중도보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극우 정당화가 계속된다면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는 기능도 사라질 것”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의총이 연기되며 혁신위 논의는 당분간 소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연스러운 동력 상실로 혁신위가 좌초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