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옥죈 정책감사 손본다…李대통령 “합리적 집행도 수사 대상”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정책감사의 폐단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합리적으로 집행한 정책마저도 정권 교체 이후 과도한 감사·수사의 표적이 돼 공직사회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정책감사의 부작용을 거듭 지적하고 나선 만큼 제도 개선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24일 제5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정책 감사, 수사 이런 명목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를 괴롭혀서 의욕을 꺾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민생 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해서는 공직 사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제가 알고 있는 공무원 대부분은 매우 유능하고 책임감도 뛰어난 훌륭한 공직자”라며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나면, 합리적이고 꼭 필요했던 행정 집행들조차도 과도한 정책감사 또는 수사에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렇게 되니 공직 사회가 꼭 해야 할 일, 의무적인 일, 관행적인 일 외엔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한다”며 “요즘은 복지부동이 아니라 낙지부동이라고, 붙어서 아예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해서 어떻게 국가 사회가 발전하겠나. 잘못을 억지로 만들어내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의 그 업적을 훼손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며 “공무원이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도 바꾸고 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도 이와 유사한 지적을 한 바 있다. 당시 조달청을 보고 받는 과정에서 “기업은 정부가 인공지능(AI) 관련 품목들을 구매해 주기를 원하는데 (감사원이) 괜히 나중에 정책적인 일의 꼬투리를 잡더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의 거듭된 지적은 감사원의 정책감사가 공직사회의 업무 효율을 떨어트리는 것을 넘어 사실상 정권의 주요 과제 등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옥죄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과거 4대강,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등 각 정권의 핵심 국정 과제는 모두 이후 정권에서 감사의 대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감사 결과가 정권 입맛에 따라 바뀌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감사 대상의 자의적 선정, 과도한 범위, 그리고 결과의 정치적 활용 등 폐단도 문제로 지적됐다.

쇄신에 준하는 감사 시스템 개선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도 정책감사가 적극 행정을 위축시킨다며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이 “정책감사는 문제 제기가 있어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직무를 감사하는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나 정책의 결과까지 책임을 묻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