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36〉AI G3 달성은 6G와 AI의 전략적 융합에서 시작된다

박준구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박준구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2024년 글로벌 인공지능(AI) 인덱스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세계 6위 수준의 AI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상위권에 속하는 위치이지만,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앞으로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이 뚜렷해진다. 우선 1위와 2위를 차지한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 전반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연구 성과, 투자 규모, 인재 풀, 산업 생태계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다른 국가들이 넘어서기 힘든 수준을 이미 달성했다. 이 두 나라와 정면으로 경쟁해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3위부터 6위까지의 구간은 상황이 다르다. 상위권 국가들 간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아 전략적인 집중과 선택만 있다면 대한민국은 실효적이고 전략적인 세계 3위권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만의 강점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강력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 분야는 다름 아닌 6세대(6G) 이동통신 네트워크다. 대한민국은 이미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선도 이미지를 확립한 경험이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6G 국제 표준화 과정에서도 주요 국가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6G는 단순히 통신 속도를 높이는 차세대 네트워크가 아니라, 초저지연·초고속·초연결이라는 특성을 통해 미래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다. 그리고 바로 이 6G의 심장부에 AI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AI와 네트워크의 융합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전개된다. 먼저 AI for RAN은 무선접속망(Radio Access Network) 자체를 지능화하는 기술이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주파수 자원의 할당을 최적화하고, 트래픽이 몰리는 지역에서 효율적인 분산을 가능하게 한다. 또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네트워크 장애를 사전에 예측해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미래 통신망 운영 비용 절감과 지속가능한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다음으로 AI on RAN은 RAN 위에 AI 기능을 얹는 개념이다. 6G 네트워크는 엣지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네트워크 자체가 고성능 컴퓨팅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추론, 실시간 데이터 분석, 지능형 서비스 제공이 사용자 단말과 가까운 지점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연 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AI 서비스의 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 and RAN은 AI와 RAN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되는 개념이다. 단순히 네트워크의 효율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네트워크 자체가 AI 학습과 활용의 기반으로 작동하며 통신과 지능형 기능이 동시에 진화하는 것이다. 이는 6G가 단순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넘어,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혁신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길을 열어준다.

이처럼 6G와 AI의 결합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AI-RAN을 포함한 6G·AI 융합전략을 국가 차원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구체적 과제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제도적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연구 인프라나 인재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법적·제도적 환경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AI 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규제의 명확성을 확보하여 기업과 연구기관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민간 투자와 연구개발 촉진이 중요하다. 정부 주도의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민간 자본과 스타트업이 활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AI-RAN 관련 핵심 기술은 결국 응용 서비스와 산업 확산을 통해 성과를 내기 때문에 민간의 참여가 결정적이다.

셋째, 국제 협력과 표준화 참여가 필수적이다. AI-RAN 얼라이언스와 같은 글로벌 협력체에 적극 참여해 대한민국의 기술을 국제 표준에 반영해야 한다. 또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6G 연구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시뮬레이션과 실증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융합형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AI와 통신을 동시에 이해하는 전문가는 아직도 부족하다. 대학, 연구기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현장 실무와 연구개발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AI 분야에서 1위, 2위 국가와 정면 경쟁을 벌이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그러나 3위에서 6위 사이의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우리의 강점을 살려 전략적으로 집중한다면 세계 3위권 도약은 실효적이고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특히 6G 네트워크와 AI의 융합 전략은 단순한 기술 추격이 아니라,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의 시기이며, 과감한 실행이 필요한 때다. 한국이 강점을 살려 미래를 준비한다면, 단순한 기술 추격자가 아니라 AI·통신 융합의 선도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박준구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jgpark@k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