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이 일제히 수천에서 수만 명 규모 감원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에서의 실적 급감, 고비용 구조가 겹치며 생존을 건 혹독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역설적으로 경쟁사가 흔들리는 지금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설 최적의 '골든타임'이다. 경쟁사가 실적 악화와 내부 구조조정으로 휘청이는 사이, 하이브리드와 고부가가치 차종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가져올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기회의 문 앞에 선 국내 완성차 분위기는 안이하기만 하다. 경쟁사 위기를 타산지석 삼아 앞서나가야 할 시점에, 당장의 성과 배분 요구와 정년 연장 등 단기적 실리에 치우친 내부 진통으로 생산 라인이 흔들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한때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던 경쟁사조차 순식간에 구조조정 한파에 직면한 글로벌 시장의 냉혹함을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대하는 모양새다.
지금 세계 자동차 시장은 대변혁의 격랑을 지나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및 미래 모빌리티로 넘어가는 이행기에서 주춤하는 순간,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위상도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음을 유럽 완성차의 위기가 증명하고 있다.
당장의 성과 배분 논리와 내부 불협화음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은 치명적이다. 생산 차질은 막대한 매출 손실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할 골든타임을 허비하게 만든다. 당장 눈앞의 몫에 치우친 내부 셈법이 일터의 장기적 생존과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엄혹한 현실보다 우선할 수 없다.
지금은 내부의 지분 싸움에 역량을 소모할 때가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사막화 속에서 미래 생존을 위한 방파제를 함께 쌓아야 할 때다. 시장의 경고를 외면한다면 언제든 위기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