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최근 'AI 기본의료 전략'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전략'을 잇달아 내놓으며 지역의료 공백과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법을 제시했다. 부족한 지역 의료진과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한정된 의료자원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인력·인프라 격차를 AI로 보완하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정부는 그동안 지역 의료 인프라와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내놨다.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지역의사제를 추진해 지역·필수·공공의료를 담당할 인력 양성에 나섰다. 지역 국립대병원의 전문의와 첨단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고 지역 우대수가를 적용하는 등 강화된 보상체계도 내놨다.
AI 기본의료 전략은 기존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정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소와 동네 의원에 영상판독과 의무기록 작성을 돕는 AI를 공급하고, 응급환자 상태와 병상·장비·배후 진료 정보를 분석해 적정 병원을 찾아주는 AI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기존 정책에서 보기 어려웠던 시도다.
공공병원을 국가 GPU와 의료 AI 플랫폼으로 연결해 지역 의료 완결성을 높이고 의료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도 주목할 만하다.
의료인력 확충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AI 도입·활용 지원은 당장 의료현장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보완책이 될 수 있다. 국립대병원 역시 전문의와 시설을 늘리는 동시에 AI를 적용하면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중증환자 치료에 역량을 집중할 여지가 생긴다.
의료 AI는 아이러니하게도 전공의 사태로 인해 활용 가능성이 더 부각됐다. 부족한 전문 인력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지만 의료진의 반복 업무를 줄이고 진료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빠르게 의료현장에 자리 잡았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 의료기관이 AI를 활용해 어려움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AI가 의료자원에 대한 본질적인 투자를 대신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지역 보건소에 AI 솔루션을 도입했다고 해서 정부가 말하는 '대학병원급 진료'가 저절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AI가 이상 징후를 찾아내더라도 실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전문의와 병상, 수술실과 중환자실이 뒷받침돼야 한다. AI가 의료진과 병상 부족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다.
개인 의료정보 보안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AI 기본의료가 본격화하면 병원에 축적된 환자 진료정보, 개인 건강기록, 의료기관 간 데이터 교류가 지금보다 훨씬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의료정보는 일반 개인정보보다 유출에 따른 파장이 크다. 개인의 질병이나 치료 이력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취업이나 보험 가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의료 AI 관련 윤리·보안 가이드라인 마련을 예고했지만 의료현장과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전산·보안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 공공병원까지 AI를 빠르게 확산하려면 솔루션 도입 비용뿐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보안에 신경 쓸 인력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의료기관 규모가 작을수록 전문 보안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AI 기본의료 정책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정책 간 시너지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충분한 의료 인력과 시설을 확보하고 AI를 결합해 의료진 생산성과 환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의료 데이터 축적·활용을 위한 생태계 조성과 사회적 신뢰 확보도 중요하다.
'AI 기본의료'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지·필·공 문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주는 역할을 해내기를 기대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