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혁신을 이끌 수단으로써 디지털 병리 중요성이 대두됐다. 임상 인력 부담 완화를 넘어 데이터 공유와 인공지능(AI) 결합으로 진단·예측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와 합당한 가격 책정 등으로 디지털 병리 산업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디지털병리협회는 2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에서 '디지털 병리 기반 AI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디지털 병리와 AI 진단기술 성과를 공유하고 국가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디지털 병리는 환자 암 진단 등에 필요한 세포 슬라이드를 디지털 스캐너로 변환한 후 전자의무기록(EMR)·병원정보시스템(HIS) 등에 공유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에는 병리과 전문의가 직접 현미경으로 세포를 확인해 암 확진 판정을 내렸다. 디지털 병리 진단이 확산되면 고질적인 업무 과중 문제를 덜고, 병원 간 정보 교류로 원격 협진에 도달할 수 있다. 환자가 직접 세포 슬라이드를 들고 병원을 오가는 과정에서 파손 우려도 덜게 된다.
디지털 병리 데이터는 일회성 진단을 넘어 신약 개발, AI 알고리즘 훈련, 임상 연구 등에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주목받는다. 바이오마커 분석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군 선별 등으로 정밀의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정밀의료 기업 템퍼스AI가 디지털 병리학 전문 기업 페이지를 8125만달러(약 1130억원)에 인수하는 등 개인 유전체 데이터와 디지털 병리 결합은 강화되는 추세다.

안치성 디지털병리협회장(어반데이터랩 대표)은 “디지털 병리학 핵심은 병리 데이터를 단순 진단용 이미지가 아닌 재사용 가능한 고부가가치 디지털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개별 기술의 발전을 넘어 개방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협력적 생태계 구축에 디지털 병리의 미래가 달렸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2021년부터 디지털 병리 기반의 암 전문 AI 분석 솔루션 개발 사업(CODiPAI 사업)을 실시하며 생태계 확산을 지원했다. 가톨릭대가 총괄책임기관을 맡고, 15개 대학병원·3개 대학 연구소·9개 기업이 참여해 5년간 16만5344장의 주요 암의 디지털 병리 데이터를 수집했다.

다만 사업이 오는 12월 종료됨에 따라 16만개가 넘는 데이터의 활용 방안은 미지수로 남았다. CODiPAI 사업 총괄책임을 맡은 정찬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국가연구비를 투입해 확보한 데이터를 앞으로 어떻게 관리·활용할지 현재 제도 내에서는 마련하기 쉽지 않다”면서 “사업이 끝나더라도 데이터를 파기하지 않고 연구할 수 있도록 운영주체와 데이터 활용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병리 수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남훈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현재는 기존 방식이든 디지털 병리 진단이든 같은 보험 수가가 적용된다”면서 “디지털 병리를 활용함으로써 유리 파손 위험을 덜고 기존 병리 보관 비용도 절감하는 것을 수가에 반영한다면 생태계는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영하 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장은 “정부는 국내 디지털 병리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