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운전자가 필요없는 자율주행차 패권 경쟁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미국이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한 가운데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미국 구글 자회사 웨이모는 연말부터 피닉스 대도시권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식료품·음식 배달을 시작한다. 내년에는 영국 런던에서 무인 로보택시 영업을 개시한다. 미국 GM은 2028년까지 전방을 주시하지 않는 상태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능을 신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바이두와 위라이드, 모멘타는 스위스와 독일,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샤오펑은 자체 개발한 AI 칩을 탑재한 로보택시를 내년 출시한다. 초당 최고 3000번 연산할 수 있는 샤오펑 로보택시는 기술 측면에서 테슬라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한국도 2028년부터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민·관 주도로 실제 주행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모든 상황에 추론·대응하는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모델을 2027년까지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현실적 제약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 택시·버스는 1만대를 넘겼지만, 한국은 70여대에 불과하다. AI 학습을 위한 주행 영상 데이터가 부족하다 보니 E2E 모델 기술 개발과 양산에 한계가 뚜렷하다.
현장에서 만난 자율주행 기업인은 무리하게 미국·중국의 상용화 속도를 쫓기보다 아직 정립되지 않은 한국만의 'K-자율주행' 기술 방향성부터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발주자로서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법적·기술적 난제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술 패권 경쟁만을 따라갈 게 아니라 공공성과 안전성을 고려한 K-자율주행 로드맵 구축이 필요하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