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산업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위한 정부의 1200억원 투자지원 대상 기업 21곳이 확정됐다. 이들 소부장 기업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기반으로 총 5500억원 규모 민간 투자를 실행해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공급망의 국산화를 강화한다.
산업통상부는 18일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기술소위원회를 열고 '국가첨단전략산업 소부장 중소·중견기업 투자지원금' 지원 대상을 최종 확정했다. 솔브레인(반도체 소재), 주성엔지니어링(반도체 장비),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이차전지 전해액), 아미코젠(바이오 배지) 등 첨단산업 전반의 핵심 공급망을 담당하는 기업이 포함됐다. 고순도 불화수소(12N), 차세대 전해액, 바이오 공정 기초소재 등 국가전략 품목의 국산화 확대가 직접적인 목표다.
산업부는 이를 위해 앞서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국비 700억원과 지방자치단체 500억원을 신규 반영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면서 미국·유럽이 대규모 보조금 정책을 앞다퉈 도입하는 등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나선 흐름을 반영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부장 기업 생산시설·설비투자에 대한 정부의 직접 보조 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투자 마중물' 마련을 요구하는 산업계 목소리가 컸었다.
이번 사업의 뛰어든 소부장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지난 7~9월 접수 기간 총 62개 기업이 1조2000억원 수준의 투자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 규모를 크게 웃도는 신청이 몰리면서 서면·발표 평가를 거쳐 21곳만 추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별 투자계획과 설비 내역이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전체 명단은 비공개”라며 “국산화 파급력, 공급망 취약도, 투자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지원 방식은 입지·설비투자 보조금이다. 수도권 중견기업은 30%, 비수도권 중소기업은 최대 50%까지 투자금의 일정 비율을 보조받는다. 기업당 국비 기준 최대 200억원, 프로젝트당 150억원 한도가 적용되며 연구개발(R&D) 인건비는 제외된다. 산업부는 실제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설비 중심 지원 구조를 설정했다.
산업부는 이번 사업을 국내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의 분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 이차전지 전해액 및 핵심 부품 내재화, 바이오 공정 기반 확대 등이 맞물리면,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속에서도 국내 제조 인프라의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판단이다. 내년부터는 지원 대상을 로봇·방산 분야까지 확대하고 국비 1000억원 규모의 예산 확보도 추진 중이다.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각국이 기술안보를 내세워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번 투자지원금이 국내 기업의 설비 확충과 기술자립의 새로운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부장은 산업의 뿌리이자 기술안보의 최전선이다. 정부가 그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계속해서 토양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산업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선정된 기업들과 이달 말까지 협약 체결을 완료하고 연내 지원금 집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은 최대 3년의 투자 기간을 거쳐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이후 사후관리 절차를 통해 국산화 성과를 검증받게 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