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위원장, 금산분리 완화 요구에…“제조업 본업에 충실해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공정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공정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재계 요구에 “제조업들은 투자회사 설립이 아니라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주 위원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산분리 원칙은 수십년 된 규제 체제로 굉장히 신중히 접근해야 하고, 체제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금산분리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서로를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제 원칙이다.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사금고처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40년 넘게 유지돼 왔다. 그러나 최근 막대한 투자금을 필요로하는 AI 등 신산업 투자에 따른 규제 완화의 필요성과 효과가 실증적으로 입증된다면 제한적인 조정 논의는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접견 과정에서 AI 산업 분야에 한해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오픈AI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미국의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파트너십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한 직후 이와 같이 밝혔다.

재계 또한 반도체 설비 투자와 스타게이트 지분 참여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대기업 그룹 지주회사 산하에 투자회사(GP) 설립을 허용해 자금 조달 물꼬를 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는 분명한 이유 있어야 하고 다른 대안을 우선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기업의 금융 지배가 재발할 경우 독과점 구조 심화와 금융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주 위원장은 “만약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에 도움된다면 금산분리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금산분리 완화 외에 다른 대안 있다면 그런 대안을 먼저 생각해봐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집중 폐해를 최소화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장기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 시급성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히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주 위원장은 “대산산업단지 1호 프로젝트인 'HD-롯데 기업결합' 건은 사전협의를 진행 중이고 조만간 사전심사도 접수될 것”이라면서 “정보교환행위에 대해서도 3개 산단별 주요 기업들과 사전협의를 수차례 진행하는 등 실제로 사업재편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량 협의와 같은 경성 공동행위는 물가상승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매우 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인가 심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밝혔다.

주 위원장은 “업계의 위기상황을 고려해 석유화학산업에 한정해 일정한 조건 충족시 한시적으로 공정위의 인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석화특별법 제정에 협력해왔고 입법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향후 석화특별법이 기업들의 신속하고 원활한 사업재편을 지원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