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는 반도체 소부장·차세대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등 3대 공급망 취약 분야를 겨냥한 기술개발 지원과 테스트베드 기반 분석·평가를 확대하며, 경기도 반도체 기술센터를 중심으로 도내 기업의 실증과 사업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융기원의 지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비에스테크닉스, 아르고, 칩스케이, 테크밸리 등 경기도 반도체 기업을 차례로 조명한다. 인덕션 솔더링과 3차원(3D) 회로, 고신뢰 전력·센서 모듈, 테스트·계측 장비, 패키징·공정 솔루션 등 각사가 가진 핵심 기술이 반도체 공급망의 빈칸을 어떻게 메우고 있는지, 그리고 '경기형 반도체 생태계'가 이들의 연구개발·양산·글로벌 진출과 어떤 방식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지 현장에서 살펴본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 전기차 한 번 충전해 달릴 수 있는 거리, 레이더·위성 같은 국방 장비 성능은 결국 '전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질화갈륨(GaN) 전력·고주파 반도체 스타트업 칩스케이(대표 곽철호)는 이 지점에서 역할을 키우며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칩스케이는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소재인 질화갈륨에 특화한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팹리스)다. 자체 생산라인을 늘리는 대신 설계와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국내외 파운드리와 조립·테스트 전문 업체와 손잡고 제품을 양산하는 '가볍고 효율적인'(Light & Lean) 방식을 택했다. 경기도 지원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기술을 키워 온 것도 특징이다.
이 회사가 만드는 핵심 제품은 전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바꿔주는 질화갈륨 전력반도체와, 고주파 신호를 다루는 통신·레이더용 반도체다. 스마트폰 고속충전기, 서버 전원공급장치, 전기차에 들어가는 차량 탑재 충전기와 배터리 전압 변환 장치, 가전·산업용 고효율 전원까지 폭이 넓다. 군 통신장비, 레이더, 위성통신 장비에 쓰이는 고주파 증폭칩도 개발하고 있다.
질화갈륨의 가장 큰 장점은 '같은 전기를 더 빨리, 덜 뜨겁게 처리한다'는 점이다. 전자 이동 속도가 빨라 스위칭(전기를 켰다 껐다 하는 동작)이 빠르고, 그만큼 전력 손실과 열이 줄어든다. 전원장치가 덜 뜨거워지니 방열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 수 있고, 크기와 무게도 줄일 수 있다. 실리콘카바이드(SiC)에 비해 기존 생산설비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어, 높은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시스템 전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도 꼽힌다.
칩스케이의 또 다른 강점은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칩을 서로 연결하고 보호하는 공정), 구동 회로까지 한 흐름으로 개발하는 구조다. 질화갈륨 소자의 구조 설계, 질화갈륨을 실리콘 기판 위에 올려 만드는 공정, 고주파에서 신호 손실을 줄이는 패키지 구조, 고속 동작에서도 안정적으로 칩을 제어하는 구동 회로를 한 팀 안에서 함께 설계·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고온에서도 버티는 소자 구조, 고전압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설계, 패키지 안에서 불필요한 전기적 저항과 인덕턴스를 줄이는 기술 등을 다듬어 왔다. 관련 특허만 27건을 확보했고, 장기간 동작 시험 데이터를 쌓아 신뢰성을 검증하고 있는 것도 회사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기술은 실제 산업현장 적용을 향해 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서버 분야에서는 고효율 전원공급장치에 질화갈륨 전력반도체를 넣는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같은 서버 랙에서 전력 손실과 발열을 줄여 전기요금과 냉각비를 함께 낮추는 게 목표다. 전기차 쪽에서는 차량 안에서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온보드차저와, 배터리 전압을 조정하는 전력 변환 장치 중심으로 신뢰성 기준을 맞춰 가고 있다. 국방·통신 분야에서는 레이더·위성통신 장비를 대상으로 고주파 증폭칩 적용을 검토하고, 산업·가전용 고효율 전원장치에도 적용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차세대 반도체, 경기기업이 키운다]③AI 전기차 국방까지…칩스케이, '전력 절약왕' 등극](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09/news-p.v1.20251209.ee9599810b4e4146ba5a1b7b24e8146d_P1.png)
칩스케이는 앞으로 고전압 질화갈륨 기술을 AI 서버, 전기차, 국방·통신 등 전력 수요가 큰 분야에 더 폭넓게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완제품 기업과 공동 개발·기술 협력을 통해 현지 요구에 맞춘 프로젝트를 늘리고, 국내에는 파운드리·소재·장비 기업과 협업을 강화해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곽철호 대표는 “질화갈륨 기반 전력·고주파 반도체는 AI 서버, 전기차, 국방·통신 분야에서 점점 필수 부품이 되고 있다”며 “설계부터 공정, 패키징, 구동 회로, 신뢰성 평가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개발 구조를 살려 국내 전력반도체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민경 경기도 반도체산업과장은 “응용 분야가 넓은 전력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아직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영역”이라며 “도에서 지원한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도내 스타트업인 칩스케이가 양산 단계까지 나아간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이런 분야에서 성과를 내도록 정책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양=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