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변호사의 IT경영법무]〈20〉휴머노이드 로봇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

최근 중국 로봇 업체 '엔진 AI'가 공개한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상에서는 영화 터미네이터 주인공의 이름을 딴 T800 로봇이 중국 무술의 고수처럼 화려한 발차기를 선보인다.

너무 자연스러운 동작에 해당 영상이 AI로 만든 가짜 영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회사 대표가 직접 나서서 로봇과 대련을 했고, 로봇의 발차기 한방에 쓰러졌다.

로봇의 발차기 한방에 위 회사는 약 2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사람들은 '종말이 시작된거 같다'는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로봇과 AI가 결합한 '피지컬 AI'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자 피지컬 AI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되고 있다.

2017년 유럽의회는 로봇이 만들어 내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세금 즉 '로봇세'를 물리기 위해 AI 로봇에 '전자인격(electronic person)'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위 결의안은 로봇 제조사의 책임 회피 수단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들의 비판과 인간의 고유한 지위를 약화시킨다는 시민사회의 반발로 결국 유보되었다.

이후 AI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면, 민법 개정안의 '동물권'과 유사한 특수한 법적 지위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동물이 법적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애완견은 감정을 지니고 있고, 고통을 느낄 수 있으며 때로는 가족공동체 일원으로서 취급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물건에 불과하므로 위자료 청구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후 유체물(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 민법 제98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제20대 국회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제21대 국회와 법무부의 관련 안도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고, 현재 제22대 국회에서도 관련 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적어도 아직은 AI에게 사람과 같은 법인격을 부여하거나, '동물권'과 같은 특수한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현 시점에서는 사람이 아니라도 필요에 의해 법인격을 부여한 '법인(legal person)'처럼, AI 에이전트 등에 '전자 법인(electronic legal person)'의 설립을 허용하여 일정한 목적 범위 내에서 권리 능력을 부여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AI에게 법인격을 부여하고 이들을 인간처럼 대하는 것이 과연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AI 시대에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 minha-khm@naver.com

저자소개 :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는 인공지능(AI)·지식재산(IP)·리스크관리(RM)·경영권 및 동업 분쟁 전문 변호사이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자문변호사, 법제처·한국법제연구원 자문위원, SBS 자문위원, 연합뉴스 자문위원, MBN 자문위원, 교육부·전자신문 IT교육지원캠페인 자문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인력양성사업 자문위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인식개선사업 자문위원, 경상북도청 지식재산전략 자문위원, 안동시청 지식재산관리 자문위원,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해외투자 및 저작권사업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정하정 기자 nse03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