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공정에 국산 '블랭크 마스크'를 도입한다. 블랭크 마스크는 반도체 회로를 새길 때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포토마스크의 원재료로, 삼성전자가 EUV 공정에 국산 마스크를 쓰는 건 처음이다. 그동안 해외 의존했던 블랭크 마스크의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가 임박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적용을 목표로 국내 에스앤에스텍의 EUV 블랭크 마스크를 평가 중이다. 현재 최종 마무리 단계로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다음달에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평가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면서 “2분기 도입을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만든다. 필름을 인화하듯 미리 그려 놓은 도면에 빛을 쏴 실물 회로를 구현한다. 블랭크 마스크는 필름과 같은 것이다. 반도체 회로를 그리기 전 원판 역할을 해 핵심 소재로 분류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EUV용 블랭크 마스크를 전량 수입해왔다. 특히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호야와 아사히글라스가 삼성 물량을 대부분 차지해왔다. EUV가 10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반도체 회로 구현에 필수인 첨단 노광 기술인 만큼 소재 기술이 앞선 일본 기업이 공급을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했는데, 국내 업체인 에스앤에스텍과 협력한 끝에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에스앤에스텍은 EUV 블랭크 마스크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용인에 전용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초기 일부 EUV 라인에 국산 블랭크 마스크를 적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EUV가 고가의 반도체 공정인 만큼, 품질과 생산성 등을 확인한 후 점진적으로 적용 범위를 늘려갈 전망이다. 에스앤에스텍도 삼성전자 공급 후 수요에 맞춰 추가 증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UV 블랭크 마스크 국산화로 수입 대체 효과와 국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가 기대된다. EUV 블랭크 마스크는 가격이 장당 수천만원에서 1억원에 이르는 값비싼 소재여서 일본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국내 반도체 소재 산업 성장에 기여할 전망이다.
첨단 공정 확대로 EUV용 블랭크 마스크 수요는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약 3억달러(약 4400억원) 규모인 세계 EUV용 블랭크 마스크 시장 규모는 2035년 13억달러(약 1조9000억원)로 연평균 16.5% 성장이 예상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