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역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2027학년도 '지역의사제'를 본격 도입하기로 하면서 고등학교와 입시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고교 교육과정과 입시 구조가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을지 신중한 시각도 적지 않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학생을 선발·교육한 뒤, 졸업 후 일정 기간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는 제도다. 등록금 등 학업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대신 10년간 의무복무가 부과된다.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복무 지역을 이탈하면 면허 자격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받는다.
고교 현장에서는 지역의사제가 교육과정 전반을 흔들 만큼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전의 한 자율형사립고등학교 교사는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학교 단위로 보면 대략적으로 0.25~0.5명 수준이고, 재수생까지 고려하면 체감 규모는 작다”며 “의대 선호가 높아질 수는 있지만 일반고 교육과정이 크게 바뀔 정도의 영향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의대 진학과 직결되는 심화 과목 운영 여건을 두고는 지방 소규모 학교의 인프라와 교육과정 운영 한계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이 2023년 발간한 '고교학점제 현장 실행 모니터링 연구'에 따르면, 소규모 학교일수록 선택 과목 확대와 전공 교사 확보에 구조적 제약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4년 시범 운영 기간 동안 학생의 약 17%가 수강 신청 인원 부족으로 과목 폐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지망생이 주로 수강하는 과목 중 고교학점제에서는 생명과학Ⅱ·화학Ⅱ 과목이 '생물의 유전', '화학 반응의 세계' 등 진로 선택 과목으로 재구성돼 편성된다. 다수 학교가 이 과목들을 비롯한 심화 과목을 교육과정상 편성하지만, 실제 개설 여부는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
![[에듀플러스]“10년 의무복무 '지역의사제', 의대 진학 판도 바뀔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1/27/news-p.v1.20260127.69ad7302f00b4486b9745028ff4e86e3_P1.png)
각 지역 교육청은 공동교육과정과 온라인 수업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공동교육과정과 온라인학교 운영을 통해 교육 공백을 보완하고 있다. 실제 대전시교육청은 '너두나두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지난해 339개 강좌를 개설하며 소인수 과목 지원을 확대했다. 교육부 역시 2026년부터 교원 정원 추가 확보 및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중심으로 예산 지원을 밝힌 바 있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마다 과목 개설 기준이 다르고, 학급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의 경우 개설이 어렵다”면서도 “고교학점제 시범 운영이 시작된 이후 공동교육과정과 온라인 수업이 보편화된 만큼 이를 잘 활용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이수하기 위해 공동교육과정을 활용한다”며 “의대 진학과 직결되는 필수 과목이어도 학교 내에서는 소수 인원에 해당해 비슷한 계열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아 교과를 개설하는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시 업계 역시 지역의사제 도입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역의사제가 지역 의료 인력 확충이라는 정책 목적에는 부합하지만 입시 구조상으로는 기존 일반전형이나 지역인재전형보다 입결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선발 인원이 제한적이고 10년 의무복무 조건이 부과돼 지원층이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모집 인원이 적어 경쟁률은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입시 업계에서는 수도권·경기권 의대 쏠림 현상과 맞물릴 가능성도 주목한다. 서울에서 가까운 일부 경기권 의대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는 반면, 지방 소규모 고교의 경우 수능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 제도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최보규 종로학원 컨설턴트는 “의대 입시는 내신만큼 수능 영향력이 큰 흐름”이라며 “지역의사제가 본격화되면 내신 성적은 다소 낮더라도 수능 경쟁력이 높은 학생들이 지역으로 이동해 의대 진학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