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전동킥보드, '엉뚱한 열쇠'로 잠글 텐가

송태진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송태진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최근 우리 사회는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안전 문제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해법으로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인증 의무화가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해법이 과연 PM 안전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올바른 열쇠'인지, 우리는 냉정하게 되물을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엉뚱한 열쇠로 자물쇠를 열려는 시도에 불과하며, 이용자의 불편만 가중할 뿐 실질적인 안전 증진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 우리는 낡은 법의 잣대로 새로운 서비스의 발목을 잡았던 '타다 금지법' 사태를 똑똑히 목격했다. 택시 면허라는 기존의 틀에 모빌리티 혁신을 억지로 꿰맞추려다 결국 소비자 편익과 산업의 미래를 모두 놓쳐버린 쓰라린 경험이다. 현재 논의되는 원동기면허 의무화는 놀라울 정도로 이 과거를 닮아있다. 오토바이라는 내연기관 이동수단을 위해 설계된 낡은 규제를,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전동 기반의 새로운 모빌리티에 그대로 덧씌우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은 늘 사회적 진통을 동반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기존의 마차 중심 질서와 충돌했고, 국내에 버스전용차로제가 도입됐을 때도 시스템이 안착하기까지 적잖은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리는 불편함을 개선하고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PM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PM 사고 원인이다. PM 사고의 핵심은 오토바이처럼 운전자가 조작 미숙으로 차체를 제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보다, 도로 환경에 대한 인지 및 판단 착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2인 탑승,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 보행자와의 충돌, 주행 불가 도로에서의 위험 운전 등이 대표적이다.

원동기면허는 엔진을 단 오토바이의 조작 능력과 도로 주행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설계된 자격이다. 이 면허가 있다고 해서 PM 이용자의 위험 인지 능력이 향상되거나, 보행자를 우선하는 성숙한 운전 행태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즉, 문제 원인과 전혀 다른 곳을 겨냥하는 처방인 셈이다. 이는 마치 두통 환자에게 소화제를 처방하는 것과 같다.

사실 이 논쟁의 중심에는 운전면허가 없는 10대 이용자들이 있다. 이미 운전면허를 소지한 성인들은 기본적인 교통 법규와 안전 규범을 숙지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면허 필기시험에 PM 관련 문항을 몇 가지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안전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굳이 별도의 자격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10대 이용자다. 이들에게 16세 이상이 취득할 수 있는 원동기면허를 강요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일 뿐만 아니라, PM이라는 새로운 이동 수단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방치해서도 안 된다.

해법은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관리하는 데 있다. 바로 'PM 전용 온라인 교육 및 자격제' 도입이다. 더욱이 온라인 본인인증과 교육, 평가, 자격 관리까지 이미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한 만큼, 제도 설계만 뒷받침된다면 즉시 도입도 가능하다. 온라인을 통해 △PM 관련 법규 △안전한 주행 방법 △실제 사고 사례를 통한 위험 인지 교육 △위반 시 처벌 규정 등을 명확히 교육하고, 온라인 시험을 통해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재교육을 받게 하거나 자격을 일시 정지하는 등 '교육-평가-제재-재교육'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10대 이용자의 안전 의식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새로운 모빌리티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편의와 함께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이 과제를 풀기 위해 낡은 규범의 틀에 새로운 현상을 억지로 꿰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 전동킥보드라는 새로운 이동 수단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규범과 책임 체계를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엉뚱한 열쇠'를 고집하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이제는 PM에 꼭 맞는 '새로운 열쇠'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송태진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tj@chungbuk.ac.kr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