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부장 R&D 1.29조 투입…철강·석화 고부가 전환·AI로 '공급망 체질 개선'

SMR 소부장 제작을 위한 3D프린팅 활용 시연. 사진출처:한국재료연구원
SMR 소부장 제작을 위한 3D프린팅 활용 시연. 사진출처:한국재료연구원

산업통상부가 올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개발에 전년 대비 9.6% 늘어난 1조2910억원을 투입한다. 철강·석유화학의 고부가 전환과 첨단산업 공급망 대응, 소재 연구개발(R&D)과 인공지능(AI) 연계가 골자다. 산업 구조를 '저부가 대량생산'에서 '고기술·고부가 가치' 체제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11일 '2026년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을 공고한다. 예산은 계속과제 1조1704억원, 신규과제 1206억원으로 구성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과 기계금속·화학·자동차 등 주력산업을 병행 지원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우선 철강·석유화학 분야에 30개 과제, 220억원을 신규 배정해 '구조 전환형 R&D'를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고부가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초내부식 강관, 초저온 특수강, 초고순도·초박막 폴리프로필렌 필름 등 스페셜티 소재 개발을 신규로 지원, 전통 주력산업을 단순 원가 경쟁에서 탈피시켜 에너지·모빌리티·방산·첨단 전장부품으로 연결되는 고부가 가치 사슬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첨단산업 공급망 대응에선 65개 과제, 427억5000만원을 신규 투입해 핵심 소재의 국산화와 공급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공급망을 '가격 변수'가 아니라 '안보 변수'로 다루겠다는 뜻이다. AI 반도체용 초고순도 구리, 피지컬 AI 디바이스용 유리기판, 제련 부산물을 활용한 희소금속 정련 기술 등 병목 소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한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금속과 기판 소재는 글로벌 공급망 변동에 취약한 대표적 영역이다.

소재 R&D에 AI를 접목하는 등 개발 방식도 전환한다. 공공연구소 데이터 기반 가상공학 플랫폼과 연계해 특성 예측, 구조 최적화, 가상설계·시뮬레이션을 연구개발 단계부터 적용한다. 실험과 시제품 제작에 의존하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모델링을 통해 실패 비용과 개발 기간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소재 분야는 시행착오 비용이 큰 만큼 AI 연계는 '속도와 정확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선택으로 평가된다.

업종별로는 첨단전략산업 소재부품 개발에 4706억원, 기계금속·자동차·화학 등 주력산업과 우주·항공·수소 등 미래 유망산업에 8204억원이 배분된다. 첨단전략산업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전통 제조업의 체질을 개선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이중 전략이다. 소부장을 '특정 산업의 하위 영역'이 아니라 전 산업의 공통 인프라로 격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현주 산업부 산업공급망정책관은 “소부장 산업은 국가 경제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이라며 “철강·석유화학 소재의 고부가화 연구개발을 차질없이 지원하고, 소재 연구개발에 AI 융합을 확산해 소재기업의 혁신역량을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신규 과제 수행기관을 4월까지(투자연계형 과제는 6월) 선정하고, 연내 본격 착수한다. 단계평가를 통해 성과를 점검하고, 필요 시 실증·투자 연계로 이어지는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