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산 시장에서 중소·벤처기업의 역할 확대는 오래된 과제다. 기술력은 있어도 계약 접근성과 인증, 실증 기회 부족이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방산 특유의 장기·복잡한 획득 절차, 보안 규제, 체계기업 중심 공급망 구조가 맞물리면서 중소기업의 독자적 진입은 쉽지 않았다. 정부는 국산부품 우선사용, 군 실증 확대, 상생 인센티브를 묶어 '공급망 다변화+중기 자생력'이라는 이중 목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방위사업청은 중소·벤처기업의 방산시장 진입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편을 검토·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골자는 독자적 사업 참여 기회 확대와 국산부품 활용·군 실증 연계를 통해 중소기업의 시장 안착을 돕는 것이다.
먼저 중소·벤처기업의 독자 진입 통로를 늘린다. 체계기업(대기업)과의 동반 참여가 아닌, 단독으로 도전할 수 있는 과제·계약 트랙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사업 기획 단계에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계약까지 소요 기간이 길어 포기하는 사례가 반복됐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공모·평가 체계의 가시성을 높이고, 중소기업 전용 트랙을 통해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국산부품 중 '진짜 국산'을 가려내는 기준도 강화된다. 일부 품목에서 외산 부품을 단순 조립·전환해 국산화로 포장하는 이른바 '택갈이' 논란이 반복되면서, 국산화 성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공급망 DB 구축과 추적 체계 고도화 등 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원천기술·부품 단계까지 검증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대체 수준을 넘어 핵심 기술의 국내 축적과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군 실증·테스트베드 확대는 중소·벤처기업이 가장 체감하는 대목이다. 시험연구원 중심의 실증에서 나아가 군 운용환경에서의 검증으로 한 단계 상향해야 실제 시장에서 기술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무기체계와 연계된 실증은 안전·책임 구조, 실패 리스크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실증이 '면책'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제도 설계와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단계별 검증을 통해 현장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 요구된다.
방산 참여에 따르는 보안·제약도 현실적 장벽이다. 국방망 분리, 인력 신원 검증, 정보 접근 제한 등은 기업 활동의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보안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컨설팅·지원으로 기업의 행정 부담을 낮추고, 초기 진입 기업이 겪는 제도적 혼선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안 규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기업의 장기 투자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의 참여 확대를 위해 상생 인센티브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체계기업의 상생 노력을 평가해 이윤·금리 우대와 연동하는 등 '잘하는 기업이 보상받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공정거래 규율을 넘어, 협력사의 기술 이전·공동 개발·장기 계약 등 선순환 구조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목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