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Z세대가 독재정권 끝냈다…방글라데시 18년만에 민주선거

12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2024년 대규모 대학생 시위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의 장기 집권이 막을 내린 방글라데시가 12일(현지시간) 총선을 실시했다. 하시나 전 총리가 군부 세력을 누르고 재집권한 2008년 이후 약 18년 만에 사실상 처음 치러지는 민주적 성격의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진행된 총선에서는 방글라데시 의회인 '자티요 상샤드' 의원 300명을 선출했다. 약 50개 정당이 참여했고 무소속을 포함해 2000명 이상이 출마했다. 다만 여성 유권자가 전체의 49%에 달하지만 여성 후보는 83명에 그쳤다.

선거 구도는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과 이슬람주의 정당 자미트 이슬라미 간 경쟁 양상이다. 하시나 전 총리가 속했던 아와미 연맹은 출마 금지 조치로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했다.

이번 총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도 실시됐다. 주요 개헌안에는 과도정부 체제 도입, 의회 양원제 개편, 여성 참정권 확대, 사법부 독립성 강화, 총리 임기 제한 등이 포함됐다.

유권자 명부에 등록된 인원은 약 1억2800만명이며 절반이 18~35세 청년층이다. 이들 다수는 하시나 집권기 선거 경험이 거의 없어 이번 투표가 첫 정치 참여인 경우가 많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하시나 축출 이후 임시정부 수장을 맡은 무함마드 유누스는 “이번 선거는 평범한 선거가 아니라 오랜 분노와 불평등, 가난, 불의에 억눌렸던 시민들이 헌법적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의 딸로 1996년 처음 총리에 올랐다가 2001년 정권을 내줬다. 이후 2008년 총선 승리로 복귀했지만 장기 집권 과정에서 권위주의 통치 논란이 커졌고, 2024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끝에 실각했다. 당시 정부가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공무원 채용의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취업난과 빈부격차에 시달리던 청년층의 반발이 폭발했고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시위대가 수도 다카 총리 관저까지 몰려들자 하시나는 인도로 도피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7~8월 시위 과정에서 최대 14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방글라데시 국제범죄재판소는 지난해 11월 하시나 전 총리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며, 그는 이를 정치적 재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와미 연맹의 선거 참여 금지를 두고 “배제에서 태어난 정부는 국가를 통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토마스 킨 선임 컨설턴트는 “이번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모든 정당이 결과에 승복한다면 방글라데시가 민주주의 개혁 단계에 들어섰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