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찬교수의 광고로보는 통신역사]〈52〉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 초기 인터넷 전화의 흥망성쇠

새롬기술의 무료 인터넷 전화 다이얼패드 광고(왼쪽)와 새롬기술을 모티브로 한 종편 드라마 속 장면.
새롬기술의 무료 인터넷 전화 다이얼패드 광고(왼쪽)와 새롬기술을 모티브로 한 종편 드라마 속 장면.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2000년대 초 E서기관(현 한국화학산업협회 부회장)으로부터 국제통신연맹(ITU) 세계통신정책포럼(WTPF)에 우리나라 인터넷 전화(VoIP) 시장 현황·전망 관련 기고문을 써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벤처기업인 새롬기술이 선풍을 일으킨 시기였다. 사전회의에서 이들은 '정부는 왜 우리 같은 벤처기업을 간섭하려고만 드는가?'라며 항의했지만, 우리나라의 기술 우위성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라는 취지를 설명하자 선뜻 협조에 응해줬다.

1995년 2월 이스라엘 벤처 회사 보컬텍(VocalTec)은 최초로 소프트웨어(SW)를 설치한 PC간 전화가 가능한 인터넷전화를 출시했다. 새롬기술은 웹사이트 가입 시 PC에서 전화기로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다이얼패드'를 출시, 한때 가입자 1400만명에 이르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들은 이용자가 광고 노출의 대가로 무료로 전화를 이용하는 플랫폼 수익모델을 채택했다. 당시는 낯선 개념이었기에 정부가 설비 미보유 서비스 주체인 별정 2호로 유권 해석을 내리기까지 출시는 지연됐다. 통신 문외한이 공짜로 전화할 수 있게 해준다며 판을 흔들어대니 난처한 상황이었다. 한때 분당의 모 백화점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구민에게 무료 셔틀 서비스를 제공하자 승객 운송이 본업인 버스 회사가 공익성 유지에 치명타라며 소송, 대법원이 위배를 판시한 후 중지된 적이 있다. 대조적으로 새롬기술은 통신 시장에 진입했고 코스닥 상장 후 주가는 1999년 10월 1890원으로 액면가의 7%에 불과했지만, 반년도 안 돼 280배나 뛰어올라 종합포털 다음·네이버 자리를 위협하기도 했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국내외 통신사 망을 빌려 한미간 국제전화를 제공했지만, 광고수익만으로는 통신사에 접속료를 지급할 수가 없었다. 유료화를 시도했지만, 품질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번호가 없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반쪽 서비스였기에 사세는 기울었고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와 운명을 같이했다. 070 사업자 번호를 부여받아 안정된 기술로 VoIP가 상용화된 것은 약 10년이나 지난 2008년의 일이었다.

한 종편사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새롬기술이 모티브로 등장한다. 순양그룹의 비서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후 일가의 막내로 환생한 주인공이 이들을 멸망의 길로 빠뜨리는 복수를 전개한다. 극 중에 등장하는 '증시 역사상 가장 뜨겁게 사랑받았고 가장 처참하게 버림받은 닷컴 버블의 신화 같은 존재'였던 새롬기술의 주가 상승을, 고모에 노출해 욕망을 건드려 회사공금을 유용하게 유도한다.

필자는 새롬기술의 요청으로 제주도 세미나 중 잠시 짬을 내 코엑스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관망할 만큼 여유도 없었고 다만 이 같은 벤처기업이 걸림돌 없이 신기술로 통신 시장에 경쟁을 촉발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필자가 순양그룹의 막내처럼 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어떻게 할지 자신도 궁금하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