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까지 갔지만…'사법 3법' 의결, 국힘 거부권 압박 빈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거센 반대에도 이른바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법)이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두 차례나 청와대를 찾았지만, 결국 거부권 요구는 관철되지 못했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과 지방자치법, 형법·법원조직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공포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국민의힘은 국무회의 직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열고 사법 3법 저지를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현장 의원총회에서 “사법 질서를 파괴하는 3대 악법을 오늘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고 한다”며 “이 법들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의 사법 질서와 자유민주주의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이 이날 사법개혁 3법을 통과시키는 의사봉을 두드린다면 이는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망치질이 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국민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악법 통과를 보고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 치러야 할 대가도 참혹할 것”이라며 “이제 국민이 나서 함께 막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오늘 이 대통령이 사법 파괴 3대 악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5천년 역사에 크나큰 죄인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를 인용해 “대통령의 귀신 같은 꼼수는 하늘의 이치를 꿰뚫었고, 신묘한 방탄은 땅의 이치를 통달했다. 이미 지은 죄가 많으니 만족함을 알고 이만 그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공소 취소 선동과 대법원장 공갈 협박을 자제시키고, 스스로 5개 재판의 속개를 요청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 의원총회에는 장 대표와 송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70여 명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이 청와대를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출발해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을 진행했다. 당시 도보 행진에는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들이 대거 참여했고, 당이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아 '침묵 행진'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의원들은 지난 침묵 행진의 연장선에서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법 파괴 3대 악법 대통령은 거부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 같은 장외 투쟁을 두고 당내 비판도 제기된다. 윤어게인 세력에 대한 선 긋기 없이 오히려 이들을 부추기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실질적인 노선 변화를 통해 국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나와 “민주당 사법 장악에 대한 비판에 대한 메시지를 내기도 전에 집회에 보였던 현수막. 온니 윤, 윤석열을 외치는 지지자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계엄은 정당했다고 말하는 혁수막들을 보면서 시민들이 봤을 때는 국민의힘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할 것”이라면서 “정말 그 모습들이 볼썽사나웠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선을 바꾼다고 중도층이라든지 국민이 지지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