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지난해 2015년 이후 가장 적은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초유의 고객정보 유출로 인한 실적 방어와 투자 심리 위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올해 인공지능(AI) 분야에 R&D를 포함해 대대적인 투자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11일 SK텔레콤의 202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비용으로 인식된 연구개발 지출(연결기준)은 3395억원으로, 2024년(3781억원)대비 10.2% 감소했다. 2022년을 기점으로 매년 투자 금액은 늘었지만 지난해 3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집행한 R&D 투자는 2015년(3158억원)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SK텔레콤은 지난 10년 동안 2015년을 제외하고 매년 3400~4100억원 수준의 R&D 지출을 집행했다.
이번 감사보고서의 R&D 투자는 비용으로 인식된 지출만 공개한 것이다. R&D 투자가 자산이나 자본적지출(CAPEX) 등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어 실제 투자 금액은 더 증가할 수도 있다. 실제 SK텔레콤은 대규모 R&D 자금 투입이 필수적인 정부 인공지능(AI)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R&D 투자가 통상적인 수준과 비교할 때 최저 수준으로 위축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SK텔레콤의 R&D 투자 위축은 지난해 4월 발발한 가입자식별모듈(유심) 정보 유출 사건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사건 이후 대규모 고객 이탈과 함께 신규 가입 중단 등 이동통신 사업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5000억원 규모 고객 보상안 지급 등 예정에 없던 대규모 비용까지 지출하면서 실적 방어를 위해선 투자 여력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SK텔레콤 연결기준 매출은 17조992억원, 영업이익은 1조7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1.4%나 감소했다. 대규모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비용 효율화 정책을 실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해킹 여파에서 상당수 회복한 만큼 올해 R&D 투자를 다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독자 AI 파운데이션모델 개발, 5G 단독모드(SA), 6세대 이동통신(6G), AI-RAN 등 미래 사업을 위해 투자가 필수인 영역이 산적한 만큼 2년 연속 투자를 줄이는 것 역시 부담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R&D 투자 규모는 전년도 상승분의 기저효과와 함께 독자 AI파운데이션모델 개발 등 일부 프로젝트는 회계상 CAPEX 항목으로 분류돼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인식된다”며 “올해가 AI 대전환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기존 통신부터 AI 혁신에 이르기까지 대대적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AI 데이터 센터 등 AI 대전환에 조단위 이상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