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정기 주총, 치열한 표 대결…감사위원 선출·집행위원제 도입 불발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 고려아연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격돌한 가운데 최 회장 측이 제안한 감사위원 선출을 위한 정관 변경과 영풍·MBK가 제안한 집행위원제 도입이 모두 부결됐다.

고려아연은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주총은 당초 오전 9시 시작 예정이었으나 중복 위임장 확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약 3시간 지연됐다.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오후 12시경 개회를 선언한 이후 약 30분 만에 중복 위임장 문제로 정회가 선포되기도 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지분 약 42%,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은 약 40%로 추정되는 만큼 양측은 초반부터 치열한 표 대결을 펼쳤다.

우선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되는 유미개발은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제안했다. 9월부터 적용되는 개정 상법상 분리 선출 감사위원 2명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해당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감사위원 2명 선출이 불발됐다.

영풍·MBK는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신주발행 시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등을 제안했다. 해당 안건은 최 회장을 견제하고 신주 발행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이 역시 부결됐다.

이후 최 회장 측과 영풍·MBK는 이번 주총의 최대 쟁점인 '이사 선임'에서도 충돌했다. 유미개발은 '이사 5인 선임의 건'을 제안했다. 영풍·MBK는 '이사 6인 선임의 건'으로 맞섰다.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최 회장을 비롯한 이사 6명의 임기가 종료된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직무가 정지된 4명을 제외한 현재 이사회 구도는 최 회장 측 11명, 영풍·MBK 측 4명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1명이라도 더 이사회에 진입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은 이사 후보로 최 회장(사내이사), 황덕남 이사회 의장(사외이사)을 추천했고, 최 회장 측 우호 세력인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합작사 크루서블 JV는 월터 필드 맥랠런 후보를 제안했다. 영풍·MBK는 기타비상무이사에 박병욱·최연석, 사외이사에 최병일·이선숙 후보를 추천했다.

이사 선임은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최 회장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투표 방식이다.

다만 고려아연 이사회 내에서 영풍·MBK의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신규 이사 5~6명 중 최 회장 측 3명, 영풍·MBK 측 2~3명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9명, 영풍·MBK 측 5~6명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