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이제 알고리즘의 우열을 넘어섰다.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지속 가능하게' 구축하느냐가 진정한 AI 주권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글로벌 산업 지형은 이미 이 거대한 흐름을 증명하고 있다.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울산에 7조 원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기업 투자가 아니다. 이는 인프라 선점을 위한 '국가 간 총력전'의 서막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외산 빅테크에 대한 기술 종속을 탈피하기 위해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이 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와 발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AI 주권은 모래성 위에 쌓은 성에 불과하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소모량이 수 배 높으며, 이를 식히기 위한 냉각 에너지 또한 막대하다. 결국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열 발생을 원천적으로 낮추는 고밀도·고효율 파워 솔루션이야말로 AI 산업의 수익성과 인프라 안보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이런 맥락에서 전력 관리 솔루션 분야의 글로벌 강자인 솔루엠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솔루엠이 보유한 전력 제어 기술은 운영 비용 절감을 넘어 탄소 중립이라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정부는 그간 반도체 칩 자체에만 집중해온 지원의 범위를 전력 효율 관련 '소부장' 기업으로 과감히 넓혀야 한다.
AI 주권 확보라는 구호가 실질적인 결실을 보려면, 솔루엠과 같이 인프라의 근간을 지탱하는 기업을 국가 전략 산업의 선두 주자로 육성해야 한다. 하드웨어의 에너지 효율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소프트웨어 강국은 사상누각임을 명심해야 할 때다.
오상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