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發) 에너지·환율 불안이 국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의 31일 추가경정예산안 제출을 앞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추경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처리 시점과 지원 방식에서 입장차가 뚜렷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속도전'과 '정밀심사' 간 대치가 격화될 전망이다.
먼저 국민의힘은 졸속 심사를 우려하며 일정에 제동을 걸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논평을 통해 정부·여당의 25조원 규모 추경에 대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동시에 요동치는 비상 상황에서 '추경 만능론'에만 매몰된 무책임한 국정 운영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선거용 현금 살포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과 실질적인 물가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대정부 질문을 먼저 진행한 뒤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며, 따라서 이 경우 추경 심사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신속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다음 달 9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나섰다. '선거 추경' 비판에는 선을 그으며 국민의힘을 향해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경북 영덕 강구항에서 조업 체험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급하기 때문에 추경을 하는 것이고,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시기가 늦어질수록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심사 과정에서는 지원 방식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정유사 손실 보전과 나프타 대체 수입 지원 등 산업 지원과 함께 지역화폐를 통한 선별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소득 하위 50%에 1인당 1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유류세 인하와 에너지 취약계층 바우처 지원 등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방선거를 앞둔 현금성 지원에는 선을 긋고 있다. 대신 피해 계층을 세분화한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민주당은 31일 본회의에서 환율안정 3법과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주특별법 개정안 처리도 추진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법안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잇따른 본회의 일정 등을 이유로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