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술 지속가능성, 기술에 달렸다

노두현 코넥티브 주식회사 대표
노두현 코넥티브 주식회사 대표

최근 의료계 갈등은 단순히 보상 체계나 인력 확충 요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앞으로 수십년 동안 수술을 지속할 수 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수술실은 의료 체계 중에서도 가장 복합적이고 민감한 공간이다. 한 명의 의사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취과 전문의, 수술 간호사, 보조 인력, 후방 지원 인력까지 다수의 전문 역할이 맞물려야 비로소 한 건의 수술이 완성된다. 때문에 인력 이탈이 축적되기 시작하면 수술실은 임계치를 손쉽게 넘어서며 한 번 타격을 입은 회복력은 쉽게 되돌아오기 어렵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동시에 생산 가능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 두 가지 현상이 겹치는 미래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많아지고 정작 수술을 수행할 사람과 시스템은 점점 줄어드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미국의 경우, 의료 인력 부족이 이미 오래 전부터 구조화된 문제이지만 이를 해외 인력 수입이라는 방식으로 완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다르다. 우리는 인력을 외부에서 대규모로 보충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 만큼, 문제 해결의 무게중심을 '사람을 더 투입하는 방식'이 아닌 '기술을 통해 현재의 시스템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한국 의료는 단순한 위기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한국은 빠른 임상 증가 속도와 높은 수준의 병원 인프라,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고 검증하려는 의료진의 능동성이 결합된 매우 드문 환경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많은 의료진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보고 판단하는' 문화에 익숙하며, 이러한 태도는 수술 현장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일부 의료진은 기술 개발의 최전선에 직접 뛰어들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는 한국이 단순히 미래를 따라가는 국가가 아니라, 미래의 표준을 먼저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미래 수술실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그것은 더 이상 단순히 로봇이 들어오는 공간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수술 전·중·후의 모든 흐름을 관제하고, 의사가 집중해야 할 판단 영역만 남겨 주는 공간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환자의 컨디션과 합병증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수술실의 소모품·기구·동선을 자동으로 조율하며, 수술 중에는 물리적 보조 기술이 의사 옆에서 작동한다. 이러한 변화는 공상이나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여러 국가와 기관에서 조각조각 실험되고 있는 흐름이며, 한국은 이를 통합적으로 완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개별 시도가 아니라 국가적·학술적·산업적 역량이 동시에 모일 수 있는 기반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기관들이 준비하고 있는 SNURI(가칭)와 같은 플랫폼은 물리적 AI와 수술 데이터, 병원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어 미래의 수술 역량을 지탱할 뼈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기반은 단순히 연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20~30년 뒤 한국이 수술을 지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대한 실제적 해답이 될 수 있다.

미래는 이미 어느 정도 확정된 방향을 가지고 있다. 고령화는 되돌릴 수 없고, 인구 감소도 거스를 수 없다. 수술실이 AI와 기술 기반으로 재편될 것 역시 분명하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그 미래를 우리가 설계하는 주체가 될 것인지, 아니면 외부 기술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소비자가 될 것인지다. 한국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미래의 먹거리는 의료에 있고, 미래의 의료 생태계를 어떤 방향으로 설계할지는 결국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 달려 있다.

노두현 코넥티브 주식회사 대표·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부교수 duhyunro@connecte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