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남은 휴전…美-이란, 벼랑 끝 대치

19일(현지시간) 유도 미사일 구축함 미 해군 함정 스프루언스호가 북아라비아 해를 항해하던 이란 국적 선박 투스카호(빨간색 동그라미)를 요격하고 있다. 사진=미 중부사령부(CENTCOM) 엑스 캡처
19일(현지시간) 유도 미사일 구축함 미 해군 함정 스프루언스호가 북아라비아 해를 항해하던 이란 국적 선박 투스카호(빨간색 동그라미)를 요격하고 있다. 사진=미 중부사령부(CENTCOM) 엑스 캡처

미국과 이란 간 '시한부 휴전' 종료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국 모두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 화물선에 발포하고 나포했다.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자신들이 가져가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양국 종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20일(현지시간) 협상 재개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미국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중국을 출항해 이란 반다르 아바스로 향하던 화물선 투스카호가 함포 사격 후 나포되었으며, 이는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개시 이후 미군이 직접 무력을 동원한 첫 사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교량 등 인프라를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 역시 군사적 이중용도로 사용돼 온 민간 인프라 파괴는 전쟁범죄가 아니라고 엄호했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 대변인은 미군의 이번 해상 나포 행위를 휴전 합의에 대한 완전한 위반이자 무장 해적 행위로 규정하며 즉각적이고 강력한 보복을 경고했다. 실제로 이란은 자국 화물선 나포에 대응하여 미군 군함을 겨냥해 무인항공기 공격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해상 봉쇄 지속이 외교적 합의의 진정성을 근본적으로 의심케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라늄 농축 및 반출 등 핵심적인 핵물질 규제 문제에서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일로 예정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2차 종전 협상은 불투명한 상태다.

이스라엘도 휴전 파기 가능성에 대비해 새로운 군사적 타깃을 지속해서 설정하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유엔평화유지군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로 추정되는 세력의 발포로 인해 사상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제 유가 역시 다시 한번 폭등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6% 이상 급등해 배럴당 95달러를 돌파했고, 서부텍사스원유 역시 7% 이상 뛰어올랐다.

한편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뚫고 빠져나온 유조선들이 국내로 입항할 예정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몰타 선적의 수에즈맥스급 유조선 오데사호가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한국의 대산항으로 향하고 있다. 약 100만배럴의 원유를 적재한 이 선박은 자동식별장치를 끄고 항해하다 아랍에미리트 근처에서 포착됐으며, 다음달 8일께 도착해 현대오일뱅크 정유시설에서 하역될 예정이다. 라이베리아 선적의 내비게이트 머캘리스터호도 아랍에미리트산 나프타 약 50만배럴을 싣고 울산항으로 향하고 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