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와 디지털 디자인 시대, 디자인보호법 개정 필요

[기고] AI와 디지털 디자인 시대, 디자인보호법 개정 필요

지난해 5월부터 규정별로 단계적으로 시행된 유럽연합(EU)의 디자인법에서는 올해 7월 1일부터 디지털 디자인의 보호 확대에 관한 규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즉 디지털 디자인 시대에 EU의 디자인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자 디자인권이라는 재산적인 권리로 보호하는 제품(product)의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결국 오프라인상의 물리적인 제품 뿐만이 아니라,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시대 환경에 발맞춰 온라인상에서 디지털 디자인으로 표현되는 비물리적인 제품도 모두 디자인의 적용 대상 제품이 된다는 것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비했다.

디지털 공간, 메타버스, 디지털 애니메이션 디자인 등을 디자인의 적용 대상으로 포함해 특히 한류 콘텐츠의 산업적 활용 확대가 더욱 필요한 우리나라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AI를 이용한 디자인 창작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3D프린팅 디자인에 관한 디자인 보호 규정까지 도입해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디자인 산업 환경을 갖추기 위한 법적 정비를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 저작권과 디자인권의 중복 보호에 관한 문제 제기를 종식시키고 산업 간 융합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현대 사회의 상황을 반영해 EU 디자인법에서는 디자인권과 저작권 중복 보호의 인정을 명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지식재산처에서도 이와 같은 해외 입법례 등을 연구해 이에 관한 입법 추진을 수년간 꾸준히 노력해왔다. 국가 지식재산 정책 조정 등을 담당하는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도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수년 전에도 전문위원회를 통해 해결책 모색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저작권과 디자인권 중첩 보호를 금기시해 온 국내 보수적 해석은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막고 있다.

세계적 추세는 이미 디지털 창작물의 다각적 보호를 위해 두 권리의 공존과 중첩 보호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확고히 나아가고 있다. 창작의 경계가 무너진 디지털 시대에 권리 간 엄격한 분절을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기업의 법적 보호망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해묵은 법리적 쟁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실효적 발전과 창작자 권익 보호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전향적인 입법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AI 시대에 발맞춰 국가의 경제적 체질을 전반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자인 산업도 AI에 의한 디지털 디자인의 환경에 부합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경제환경은 AI의 발전 등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고, 우리도 이러한 급속한 변화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 디자인보호법상 디지털 디자인의 적용대상 확대 입법에 대한 반대 주장은 현재 AI가 장착된 휴대폰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도 안되는 과거의 2G폰 사용을 계속 고집하는 것에 비유해 볼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저작권과 디자인권의 철저한 경계 설정이라는 구시대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EU처럼 결단을 내려 기업이 디지털 시대 경제 발전에 발맞춰 나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정태호 경기대 지식재산학과 교수 jungth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