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멕시코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알려진 미국인 2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가운데, 멕시코 연방 정부가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멕시코 연방 정부의 승인 없이 미국 요원이 멕시코 내에서 발생한 마약 단속 작전에 관여했다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21일(현지시간) AP 통신·BBC 방송 등에 따르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최근 치와와주에서 숨진 미국인 요원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치와와주 당국은 “최근 불법 마약 제조시설 파괴 작전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교통 사고가 있었다”며 “도로에서 미끄러진 차량은 계곡으로 추락해 폭발했고, 미국인 요원 2명과 치와와주 수사국(AEI) 공무원 2명 모두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셰인바움 대통령은 “나를 포함한 연방 보안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과 멕시코의 합동 작전에 대해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치와와주와 미국 대사관 직원 간의 직접적인 협력 관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셰인바움 대통령은 외국 공무원이 멕시코 영토에서 활동하려면 연방 정부 차원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법적 의미를 평가해야 한다”며 “육상이나 공중에서 합동 작전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건 초기 마약 작전과의 연관성을 시사했던 치와와주 검찰과 미 대사관은, 멕시코 정부가 주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압박하자 “사망자들은 CIA 요원이 아닌 대사관 소속 단순 교육자”라며 뒤늦게 말을 바꿨다.
로널드 존슨 주멕시코 미국 대사 역시 “미국 대사관 직원”이라며 사건을 축소하고 나섰으나, 존슨 대사가 CIA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지며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A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실제로는 CIA 소속이라고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마약 소탕 작전 확대에 따라 역할이 강화된 요원들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멕시코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협력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멕시코 안보 분석가인 데이빗 소시도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이 멕시코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는 작전이 증가하고 있다”며 “앞서 멕시코 정부는 무장한 미국 요원의 주둔을 허용할 수 없다는 주권 수호 원칙을 고수해 왔기 때문에, 양국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숨기려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