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자기증으로 생물학적 자녀 180명… 美 남성, 친권 소송까지

'조 도너'(Joe Donor)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불법 정자 기증 사업을 벌인 미국 남성 로버트 알본. 사진=페이스북 캡처
'조 도너'(Joe Donor)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불법 정자 기증 사업을 벌인 미국 남성 로버트 알본. 사진=페이스북 캡처

미국의 한 남성이 규제를 피해 무차별적으로 정자를 기증해 생물학적 자녀를 약 180명을 둔 가운데, 일부 자녀를 대상으로 친권 소송까지 벌여 논란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고등법원은 미국인 로버트 알본의 법적 친부 인정 청구를 최종 기각했다. 사건을 맡은 영국 가족법원의 앤드루 맥팔레인 판사는 알본에 대해 “매우 위험하며 공감 능력이 결여된 인물”이라는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맥팔레인 판사는 알본에 대해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인정받고, 원하는 것을 얻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인을 통제하려 한다”며 “만약 그의 친권이 인정받게 된다면 아동 복지에 심각한 우려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알본은 '조 도너'(Joe Donor)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며 전 세계적으로 180명 이상의 자녀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미등록 정자 기증자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을 돕고 싶다”고 이타적인 기증자인 척 사업을 홍보해 왔으나, 실상은 자신의 생물학적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집착하며 불법 정자 기증 사업을 운영해 온 인물이다.

특히 알본은 기증 후 약속을 어기고 기증을 받은 가족들의 삶의 개입해 법적 친부 권리나 양육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반복적으로 제기해 논란이 됐다.

그는 일부 재판에서 “성관계를 통해 정자를 제공했다”고 주장해 가족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과거 한 여성과 성관계를 맺고 불법적으로 정자를 기증한 뒤, 이를 근거로 친부인정을 받아낸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다른 재판에서 판사가 정자 기증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경고하는 의미로 알본의 이름을 공개해 사건이 대중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판사도 알본에 대해 “그는 전 세계적으로 자녀 수를 늘리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여성과 아이들을 거의 상품처럼 여기는 듯하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번 사건에서 부부는 2020년 처음 알본에게 연락해 100파운드를 지불하고 첫 번째 정자 기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기증으로 실패하자, 두 번 째에는 아마존 상품권 150파운드를 지불해 아이를 가졌다.

알본은 사전에 부부에게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자신에게 알려줄 것을 요청했고,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출생증명서에서 친부가 아닌 남성의 이름을 삭제해달라며 법적 분쟁을 벌였다.

이번 사건에서 친모 변호를 맡은 코니 앳킨스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합법적 정자 기증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며 “영국에서 허가받은 클리닉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라면 임신 및 법적 친자 관계, 그리고 관련 관계가 파탄될 경우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 상담을 받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