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시장 진출 24년 만에 기존 '가성비 내연기관차' 이미지를 벗고, 전기차(EV)를 필두로 한 친환경차 브랜드로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는 전략을 펼친다.
현대차그룹은 24일 개막하는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를 기점으로 중국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선포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2002년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합자법인 '베이징현대'를 설립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변화다.
현대차는 모터쇼에서 아이오닉 브랜드의 중국 내 첫 양산 모델을 최초로 공개한다. 베이징현대는 올해를 신에너지차(NEV) 브랜드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시장을 공략한다.
전략 수정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것이다. 2016년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합산 시장점유율 10%를 상회하며 '빅 3'로 군림했으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급격한 판매 저하를 겪어왔다. 특히 중국 토착 브랜드들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대응이 늦었다는 자성도 반영됐다.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은 신차 판매 중 NEV 비중이 54%에 육박할 정도로 급변했다. 이에 현대차는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현지화'에 사활을 걸었다. 모터쇼에서 공개하는 아이오닉 신차는 이같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중국 IT 기업 '모멘타'와 협업해 현지에 최적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신차에 적용하고, 충전 인프라와 서비스를 결합한 '아이오닉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중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선보인다. EREV는 배터리 구동을 기본으로 하되, 장거리 주행 시 화석연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충전 불안을 해소할 전략 모델이다.
시장 환경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제15차 5개년 계획'이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이 결합된 '지능형 커넥티드 NEV' 위주로 재편되고, 노후차 교체 보조금(이구환신) 제도가 정률제로 바뀌면서 기술력을 갖춘 프리미엄 차량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로'라는 슬로건 아래 2030년까지 EV 신차 6종을 출시하고 연간 50만 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기아 역시 옌청 공장에서 양산 중인 EV5를 중심으로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CATL과 차세대 배터리 협력을 강화하고, 시노펙과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배터리·에너지 분야 현지 파트너십도 전방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