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아이들'이라는 표현이 있다. 신체·정신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을 가정 혹은 마을에서 외부에 노출하지 않기 위해 격리하던 악습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을은 동네 이미지를 위해, 가족은 가문의 우월함을 지킨다는 이유로 이들을 지하 밀실이나 다락방 같은 곳에 격리한 인권 유린의 어두운 역사이자 현실이다.
공포영화 등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소재로 신체·정신적 다름을 '불길함'으로 표현하며 격리한다. 우리 역시 과거 조상이 이러한 아이들을 '가문의 수치'로 여기고 문밖 출입을 금했던 일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 한국의 에너지 산업에서도 '다락방 아이'와 같은 존재가 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소(산단열병합)의 처지가 그렇다. 대부분 발전소를 이야기하면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 석탄, 가스복합, 태양광, 풍력 등을 생각한다. 산단열병합은 발전원으로 분류하면 석탄화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요 임무는 국가전력망에 전기 공급이 아닌 산업단지 공장을 위한 열을 생산하는 것이다.
수출 제조업으로 성장한 우리의 경제 시스템을 볼 때 산단열병합의 기여도는 매우 크다. 이들이 석탄을 사용하는 이유는 공장에 보다 저렴하게 열(증기)을 제공하기 위함으로, 이는 곧 우리 제조업 가격경쟁력으로도 이어진다. 공장 설비는 전기와 함께 상당한 양의 열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증기를 이용한 동력 제공부터 가열, 화학반응, 염색, 도장, 살균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산업군이 공정에 증기를 사용한다.
반면 이들의 입지는 안타까울 정도다. 본격적인 고난은 문재인 정부 탈석탄 정책과 함께 시작됐다. 국가 에너지 정책에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커지면서 석탄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그나마 전기를 생산하는 대규모 석탄화력은 폐지 계획 등 뚜렷한 정책적 목표가 있었으나 산단열병합은 무관심 영역이었다. 대중도 이들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정책 기조가 원전 부활에 쏠리면서 산단열병합 문제는 매번 뒤로 미뤄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계륵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이 아닌 다른 연료로 전환해야 하지만, 이는 곧 산업단지 모든 제조업의 단가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어차피 대중은 그 존재를 모르는 '다락방 아이'였으니, 미루고 미루다 다음 정권으로 문제를 넘기는 편이 나았을 수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국가에너지 정책은 다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에는 '녹색대전환(GX)'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이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GX에서 산단열병합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문제는 석탄으로 만들어내던 '열'을 무엇으로 대체할 지인데, 태양광·풍력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을지언정 열을 생산할 수는 없다.
그나마 희망을 거는 대안이 히트펌프인 듯하다. 업계에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히트펌프와 사랑에 빠졌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공정에 따라 300~500℃ 안팎의 증기가 필요한 제조업에서 200℃ 이하의 히트펌프 열을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산단열병합은 이번 정부 GX 정책의 마지막 퍼즐일 것이다. 산업단지 열 공급에 대한 친환경 대책을 마련한 첫 정부로 평가될 수도 있다. 산단열병합을 더 이상 다락방이 아닌 문밖으로 나오게 하는 정책적 용기가 필요한 때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