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비용과 온실가스를 동시에 낮추는 기술이 현장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농촌진흥청은 23일 '저탄소 벼 재배 기술'을 확립하고 보급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부담 완화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녹색전환(GX) 정책과도 맞물린다.
농업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은 벼 재배다. 2023년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220만 톤 수준이다. 이 가운데 벼 재배가 22.5%를 차지한다. 정부가 2030년까지 벼 재배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8.6%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기술은 세 축으로 구성된다. 마른논 써레질과 다중물떼기, ICT 기반 물관리 계측기다. 전통 농법에 정밀 기술을 결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먼저 '마른논 써레질'은 물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토양을 고르고 모내기 직전에 물을 대는 방식이다. 기존처럼 물을 채운 상태에서 농기계를 반복 운행하지 않는다. 그 결과 농기계 이산화탄소 배출은 17.7% 줄고 연료 사용량도 감소한다. 토양 메탄 배출 역시 14% 낮아진다. 흙탕물 유출을 줄여 수질 보호 효과도 기대된다.
이 기술은 이미 제도권에도 편입됐다. 농식품부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과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에 등록됐다. 현장 적용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물 관리 방식도 달라진다. '다중물떼기'는 생육 단계에 맞춰 물을 빼고 채우는 방식이다. 중간물떼기와 작은물떼기를 병행한다. 상시 담수 대비 메탄 배출을 약 44% 줄일 수 있다. 단순한 물 관리 변화가 온실가스 감축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현장 부담을 줄이는 장치도 도입됐다. ICT 기반 계측기는 논의 수위와 상태를 자동으로 기록한다. 농업인이 직접 사진을 찍어 제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난다. 데이터는 서버에 저장되며 물관리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
이 데이터는 탄소 감축량을 정량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 향후 탄소크레딧 확보에 활용될 수 있다. 저탄소 인증과 연계하면 농가의 새로운 수익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게 식량원의 설명이다.
마른논 써레질은 올해 12개 지역으로 확대된다. 재배단지 규모는 60ha 이상으로 늘어난다. 전남 지역은 별도 사업으로 추가 확산에 나선다. ICT 계측기는 농식품부 프로그램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다중물떼기는 실증을 거쳐 인증제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김병석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장은 “저탄소 벼 재배 기술은 기후 위기와 에너지 공급망 불안 속에서 탄소 배출과 농가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라며 “현장 보급을 확대해 저탄소 농업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