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코가 서로 다른 양자 컴퓨터 간 정보를 변환·전달할 수 있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를 공개했다. 양자 네트워크 구축의 핵심 과제로 꼽혀온 이종 시스템 간 연결 문제를 겨냥한 연구용 프로토타입이다.
시스코는 24일 기존 통신용 광섬유 환경과 상온에서 작동하는 '시스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를 공개했다. 서로 다른 벤더와 인코딩 방식의 양자 시스템 사이에서 양자 정보를 손상 없이 변환하고 라우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이다.
양자 컴퓨터는 제조사마다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다르다. 지금까지는 양자 정보를 보존한 채 주요 인코딩 방식 사이를 변환할 수 있는 스위치가 사실상 없었다. 시스코는 이번 연구 프로토타입이 이 문제를 겨냥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시스코는 스위치 내부에 특허 기반 변환 엔진을 적용했다. 입력 신호 인코딩 방식을 실시간으로 바꿔 서로 다른 양자 시스템 간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회사는 이를 통해 함께 통신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양자 컴퓨터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원 대상은 편광, 시간-빈, 주파수-빈, 경로 등 주요 양자 인코딩 방식이다. 현재까지는 편광 방식에 대한 실험 검증을 마쳤고, 시간-빈과 주파수-빈은 후속 검증 과제로 제시됐다.
시스코가 공개한 개념검증(PoC) 결과에 따르면 양자 상태 충실도와 얽힘 저하율은 4% 미만으로 유지됐다. 회사는 이를 통해 양자 정보 보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전기광학 스위칭은 1나노초 이내 수준으로 구현했고, 소비전력은 1밀리와트 미만이다.
이번 기술은 별도 특수 인프라가 필요 없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대부분 양자 하드웨어가 극저온 환경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시스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는 실온에서 작동한다. 기존 통신 광섬유와 표준 통신 주파수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도입 복잡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시스코는 이를 양자 시대 네트워크 레이어 구축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현재 양자 컴퓨팅은 수백 큐비트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헬스케어·금융·항공우주 등 산업 현장에 실질적으로 적용되려면 훨씬 큰 규모의 시스템 연결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시스코는 개별 장비 성능보다 서로 다른 양자 시스템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코 이머징 테크놀로지&인큐베이션 조직 아웃시프트를 이끌고 있는 비조이 판데이 수석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이번 발표는 시스코의 양자 프로그램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자, 양자 네트워킹이 가진 혁신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 앞으로 펼쳐질 것들은 실로 심오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