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e심(기기 내장형 유심)'이 도입된 지 4년 가까이 됐지만 전체 점유율은 5%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드웨어(HW) 형태인 유심과 달리 소프트웨어(SW) 방식으로 가입자를 식별하는 e심은 비용 절감과 편의성, 보안 등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지만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정부는 저조한 e심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착수했다.
28일 정부기관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체 휴대폰 회선 수 5740만6124개 중 약 290만개 회선이 e심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9월 통신 3사의 e심 도입 이후 사용 현황이 드러난 건 처음이다. 통신사는 영업 비밀을 이유로 e심 현황을 공표한 적이 없다. 본지는 관계 기관으로부터 e심 사용 규모를 확인됐다.
e심 점유율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3% 내외였다. SK텔레콤발 해킹 사건을 시작으로 통신 3사 모두 유심 무상교체에 나서면서 e심을 찾는 이용자도 늘어나 점유율이 5%대로 확대됐다. 하지만, 대중화가 됐다고 보긴 어려운 수준이다.
e심이 소비자 외면을 받는 이유로 적용 단말기 제한과 인식 부족 등이 손꼽힌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2년 이후 갤럭시 모델, 애플은 2018년 이후 출시된 모델에서 e심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유심도 매출의 일부로 인식하는 통신사 매장이 e심 영업에 소극적이었던 탓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용자 인식이다. e심이 유심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용자 편의와 비용 절감, 보안 강화 등을 위해선 e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e심은 SW 방식으로 구현돼, 유통점 방문 없이 원격으로 개통이 가능하다. 국내 출시 스마트폰은 대부분 듀얼 유심 탑재를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1개 단말에 2개의 번호를 사용할 때에도 편리하다. 기존 유심 가격(7700원) 대비 절반 이하인 2750원에 구매 가능해 경제적인 효과도 있다.
또, e심은 물리적 분실 위험이 있는 유심 대비 안전성이 높고 SW적인 보안 업데이트도 가능한 장점이 있다. 지난해 통신 3사 보안 사고 사례 등에서 보이듯이 각종 정보 유출 사태에서 이용자 인증 정보를 빠르고 편리하게 변경 가능하다.
염흥열 순천향대 명예교수는 “e심은 개통이나 교체 과정에서 기존 유심 대비 편의성이 높고, 보안 수준도 적정 수준으로 설계됐다”며 “SW로 구현된 만큼 지속적인 보안 업데이트도 가능해 가장 중요한 보안성 면에서 분명한 강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정부도 통신 3사 해킹 사건을 계기로 e심 활성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통신 3사와 협의해 e심 확산을 위한 홍보는 물론 발급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e심의 장점이 크지만 실제 고객의 활용은 더딘 것은 사실”이라며 “e심 발급을 어려워하는 계층에 대한 지원과 비용 부담 절감, 인식 제고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확산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