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횡단하던 크루즈선 '한타 바이러스' 확산… WHO “사람 간 전파 의심”

MV 혼디우스 사진=AFP 연합뉴스
MV 혼디우스 사진=AFP 연합뉴스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한타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사람간 전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5일(현지시간) CBS 뉴스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해 남극으로 향하던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에서 한타 바이러스가 확산해 3명이 죽고 4명이 의심 증상을 보였다.

선박은 현재 서아프리카 해안에 정박해 있다. 증상이 심각한 1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나머지 3명은 현재 선내에 남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사망률이 5~15%에 달하는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생쥐 같은 설치류의 배설물과 타액 등으로 전파되는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일반적으로 사람 간 전파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지만 WHO는 이번 사건에서 사람간 전파가 발생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번 사건 사망자 중 두 사람은 부부로 알려졌다. WHO 전염병 및 팬데믹 대비·예비 책임자인 반 케르코브는 이날 기자들에게 “선박 내에서 매우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 간 전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부나 객실을 함께 사용한 사람 등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전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은 앞서 아프리카 카보베르데 섬에 정박했지만, 현지 정부가 공중 보건 문제를 이유로 입항을 거부해 대서양 연안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사건 조사와 방역을 위해 카나리아 제도로 선박을 이동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MV 혼디우스는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 남부에서 출항했다. 항해 엿새 만에 한 70세 네덜란드 남성이 발열, 두통, 설사 등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다 11일 선내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의 시신은 이후 배에서 내려졌지만, 남성의 아내와 또 다른 승객이 연이어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해 광범위한 검사가 진행됐다.

첫 사망자 발생 21일 만에 사인이 '한타바이러스' 확진으로 밝혀지면서, 선내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친 사이, 한 달 가까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선실 내 방역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린 것이다. 잠복기를 고려할 때 이미 선내 집단 감염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WHO는 선내 발병 사태는 관리되고 있으며, 한타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염이 쉽지 않아 전 세계적인 위험은 낮다고 밝혔지만, 네덜란드 여성과 함께 세인트헬레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를 오가는 여객기에 탑승했던 사람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