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병원 로봇시장 정조준…'AI 약 배송' 첫 실증 성과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병원 특화 배송로봇이 한림대학교성심병원에서 진행 중인 첫 병원 대상 개념검증(PoC)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현대차는 아직 상용화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병원 특화 로봇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관련 서비스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로보틱스랩은 지난해 4월 한림대의료원과 '로봇 친화병원' 구축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이후 약 10개월간 한림대성심병원에서 AI 기반 배송로봇 '달이 딜리버리'를 실증하고 있다.

현대차 로보틱스랩은 지난 3월 열린 병원 개원 27주년 행사에서 병원 발전 기여 공로로 감사패도 받았다.

제승아 현대차 로보틱스랩 로보틱스CX팀 상무가 한림대성심병원에서 '달이 딜리버리'의 개념검증 현장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사진=배옥진)
제승아 현대차 로보틱스랩 로보틱스CX팀 상무가 한림대성심병원에서 '달이 딜리버리'의 개념검증 현장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사진=배옥진)

이번 실증은 병원 내 약제 배송 업무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다. 로봇이 병동 곳곳으로 약제를 배송하며 간호사가 직접 약제실을 오가는 업무 부담을 줄였다.

한림대성심병원은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의료서비스 로봇 활용도가 가장 높은 병원으로 평가받는다. 총 78대 의료서비스 로봇을 운영해왔으며, 지난 1월 기준 누적 로봇 사용 건수는 8만건을 넘어섰다.

특히 약제팀의 로봇 활용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림대성심병원의 약제 배송 로봇 '약제나르미'는 하루 약 70건 배송하는데 주 40시간 기준으로 직원 2명이 담당하는 업무량을 소화한다.

현대차 로보틱스랩은 초기 4개층에서 약제 배송 실증을 시작한 뒤 최근에는 6개층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는 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시간대 중심으로 실증 로봇을 운영 중이다.

병원은 배송로봇 상용화 난도가 높은 공간이다. 환자와 의료진 이동 동선이 복잡한데다 안전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 로보틱스랩은 배달 로봇에 사람이 몰릴 경우 스스로 엘리베이터 탑승을 미루고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돌발 상황 발생 시에는 언제든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의료 데이터와 병원 인프라를 연계한 보안 기능도 적용했다. 배송 약제는 지정 담당자만 수령할 수 있도록 처방 대조와 본인 확인 기능을 수행한다. 안면인식 기반 인증 기능으로 등록된 인원만 약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차·기아의 배달 로봇 '달이 딜리버리'와 현대위아의 주차 로봇 등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를 통해 로봇 친화형 빌딩을 구현했다. 서울 성동구 팩토리얼 성수에서 딜리버리 로봇 '달이'가 사무실로 커피 배달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현대차그룹이 현대차·기아의 배달 로봇 '달이 딜리버리'와 현대위아의 주차 로봇 등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를 통해 로봇 친화형 빌딩을 구현했다. 서울 성동구 팩토리얼 성수에서 딜리버리 로봇 '달이'가 사무실로 커피 배달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현대차 로보틱스랩은 배송로봇뿐 아니라 로봇 관제 시스템도 자체 개발했다. 엘리베이터, CCTV, 보안게이트, 미디어월 등 기존 병원 인프라와 연동해 로봇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현대차는 병원 물류로봇을 시작으로 의료 특화 로봇 시장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엑서블 멕스'를 포함해 병원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 서비스를 추가 발굴할 계획이다.

제승아 현대차 로보틱스랩 로보틱스CX팀 상무는 “병원 환경에 특화한 로봇 시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다양한 로봇 실증 결과를 토대로 서비스를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웨어러블 로봇은 의료 데이터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국내 병원과 추가 협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