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시장개방을 강하게 압박했다. 시 주석은 미국과 등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강조했다.
14일 중국중앙TV(CCTV)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미·중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두 정상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국 대표단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확대 회담을 가졌다. 회담은 오전 10시15분께 시작했으며, 약 135분 동안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말 부산에서 개최된 미중정상회담은 약 100분간 진행된 바 있다.
이날 시 주석은 트럼프 방중단 자격으로 회담에 참석한 미국 기업인도 접견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팀 쿡 애플 CEO 등 미국의 산업·기술계를 대표하는 거물급 기업인이 자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30개 기업 총수를 모두 데리고 왔다며 시 주석에게 강조했다. 그는 “세계 상위 30위 기업에 요청했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수락했다. 회사의 2인자나 3인자가 오는 걸 원치 않았다. 오직 최고들만을 원했다”고 했다. 젠슨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워싱턴DC가 아닌 중간기착지인 알래스카에서 에어포스원(미국 대통령전용기)을 타고 중국에 도착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9년 전과는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제는 미국과 동등한 위치의 세계 최강국 중 하나라는 뜻이다.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안부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패권 경쟁에 따른 무력 충돌을 의미하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언급했다.
시 주석은 “현재 100년 만의 '변국'이 더 빨리 전개되고 있고 국제 정세가 어지럽게 뒤엉켜있다. 세계가 새로운 갈림길에 이르렀다”며 “미·중이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뛰어넘고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역사·세계·인민들의 질문이며 (미·중) 대국 지도자들이 함께 써야 할 시대적 답안”이라고 밝혔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대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 전쟁처럼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의 부상을 우려해 견제에 나서면서 결국 무력 충돌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국 상무부가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JD닷컴 등 약 10개 중국 기업의 엔비디아 H200 구매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레노버와 폭스콘 등 일부 유통업체도 판매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매 허가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품 인도는 아직 시작되지 않아 사실상 보류 상태라고 했다.
이날 보도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동행한 가운데 나와 관심을 끌었다. 승인 조건에 따르면 각 중국 기업은 최대 7만5000개의 H200 칩을 구매할 수 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