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최대 761일 늑장 발급…공정위, 택배 5사에 과징금 30억

계약서 최대 761일 늑장 발급…공정위, 택배 5사에 과징금 30억

쿠팡과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주요 택배사들이 영업점과 운송업체에 안전사고 책임과 벌금 부담을 떠넘긴 사실이 적발됐다. 계약서도 뒤늦게 발급하거나 아예 쓰지 않은 사례가 2000건을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씨제이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 국내 주요 택배 5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30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8일 밝혔다. 영업점 운영사업자와 화물운송업자에게 택배·배송 업무를 위탁하면서 부당특약을 설정하고 계약 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들은 안전사고 발생 시 변호사 비용과 과태료, 벌금까지 영업점이 대신 부담하도록 계약 조항을 넣었다. 일부 계약에는 노조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수급사업자에게 물리거나, 택배사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이유만으로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쿠팡은 영업점 인력 과실로 행정처분이나 고소·고발이 발생하면 변호사 보수와 과태료 등을 영업점이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안전사고로 제3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과 법률비용 전액을 수급인이 지도록 했다. 한진 역시 작업 중 발생한 산재와 안전사고 책임을 모두 영업점에 전가했다.

계약 관리도 부실했다. 5개 업체는 총 2055건 계약에서 용역 수행 시작 전까지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았다. 일부는 최대 761일이 지난 뒤 계약서를 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쿠팡 1047건, 롯데 580건, 한진 270건 순으로 위반 건수가 많았다.

공정위는 국내 택배시장이 사실상 상위 5개 업체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불공정 계약 관행이 택배 종사자 안전 문제와 연결됐다고 봤다. 지난해 기준 이들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90.5%에 달한다. 쿠팡이 37.6%로 가장 높았고 CJ대한통운 27.6%, 롯데글로벌로지스 10.3%, 한진 9.7%, 로젠 5.3%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여름 폭염기 택배 현장 합동점검 과정에서 시작됐다. 공정위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는 택배 현장을 불시 점검한 뒤 계약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총 9186건 계약을 검토해 부당특약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사업자들에게 90일 이내 특약 조항을 수정·삭제하도록 명령했다. 다만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심의 전 계약서 교체를 완료해 별도 수정 명령은 받지 않았다. 공정위는 “택배업계의 고질적인 계약서 미발급 관행과 불공정 특약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