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로 꼽히는 삼성전자 노사 간 성과급 갈등의 핵심은 '상한 폐지'와 '제도화'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연봉 50%로 묶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최고 수준 보상은 가능하지만, 상한 폐지 제도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갈등은 한국 노동 시장 근간으로 이어진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자는 요구는 호황기 이익을 보다 많이 나누자는 의미다. 그렇다면 불황기 손실과 비용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후속 논의를 피하기 어렵다. 노조가 파격적인 보상을 요구할 때, 기업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와 제도 변화는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은 고용 안정을 유지하는 대신, 기본급 인상보다 성과급 같은 변동 보상으로 임금 총액을 조정해 왔다. 노조가 호황기 보상 확대를 요구한다면, 기업은 불황기 임금 조정과 구조조정 도입을 함께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성과급 상한만 제거하면 균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노사 관계는 물론 노동 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불가피하다. 보상 체계 한쪽만 바꾸는 논의는 결국 고용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논의가 삼성전자 노사 교섭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성과급 상한 폐지는 삼성전자 내부 문제가 아니라 한국 노동 시장의 오래된 쟁점과 연결된다. 고용 안정성을 유지한 채 성과 보상만 확대할 수 있는지, 성과가 악화됐을 때 비용 부담은 누가 질 것인지, 임금 체계 개편 논의는 어디까지 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노조도 이 지점을 외면하기 어렵다. 상한 폐지 명문화를 요구한다면 그 제도가 가져올 반대급부도 함께 직시해야 한다. 성과급 상한 폐지가 실질적인 제도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까지 감당할 준비가 필요하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