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생성과 소멸] 〈20〉AI시대, 학교 선생님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아이가 부모를 벗어나 생애 최초로 만나는 가장 권위 있는 타인은 누구일까. 선생님이다. 현 상황은 어떤가. 학부모가 선생님을 폭행하고 작은 일에도 민원을 낸다. 학교, 소풍, 운동회에서 자녀가 다치거나 불리하다고 느끼면 선생님을 고소하고 배상을 요구한다. 그 결과 선생님은 수업을 소극적으로 하고 체험학습을 기피한다. 악성민원을 견디지 못하면 교단을 떠나거나 극단적 선택도 한다. 아동학대방지법은 친권자의 학대를 막기 위한 것인데 선생님을 공격하는 도구가 됐다. 교원지위법 등 교권 5법을 입법했지만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선생님의 권위는 어디서 나왔던가. 지혜, 덕성에만 있진 않았다. 조선시대 이후 상명하복의 유교질서는 '군사부일체'라고 해서 선생님을 임금, 부모와 같은 지위에 놓았다. 종교단체가 설립한 학교에선 신앙의 권위까지 있었다. 군사정권에선 어떤가. 학교는 북한에 대항하고 산업역군을 양성하는 병영에 가까웠다. 학부모는 생계에 바빴고 자녀를 돌볼 수 없었다. 학교 만이 유일한 교육 공간이었다. 선생님을 신뢰하고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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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보통신, 과학기술이 발전했고,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다. 선생님도 사람이니 완벽할 수 없다. CCTV, 휴대폰 녹취영상으로 교육현장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학부모의 우려를 살 수 있는 교육현실도 일부 드러났다. 가정에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자녀 수가 줄면서 자녀에 대한 애착도 커졌다. 좋은 대학에 보내야하니 입시에 필요한 지식학습은 민간 학원에 맡겼다. 돈이면 되는 사교육이 발전할수록 공교육은 경쟁력을 잃었다. 학교는 변화를 읽지 못하고 기계적 지식 제공에 그쳤고 인성교육 등 학부모 관심을 끌만한 교육체계로 전환하지 못했다. 대학입시에 공급할 내신등급 제조공장에 그치고 교육기관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오랫동안 억눌렸던 민주화가 완성되며 부작용도 나타났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주장하며 그 한도를 실험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타인의 권리와 충돌하는 접점이 늘었다. 학교도 그 중 하나가 되는 비극을 피해가지 못했다. 학부모의 권리가 커지면서 학교는 교육보다 차별방지, 안전추구 등 일반사회와 다르지 않은 위험영역으로 추락했다. 선생님의 주된 역할이 위험관리가 되면서, 그 지위가 '을'로 전환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정부는 뒤늦게 교권보호에 나섰지만 입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선생님과 학부모의 대립은 각자가 가진 헌법상 기본권의 충돌이다. 하나의 권리가 현저히 크다면 다른 권리를 희생시켜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적다. 흡연권과 건강권이 충돌하며 별도의 흡연공간을 마련하는 대안을 마련했듯이, 각자의 권리를 조금씩 양보해 '규범 조화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소풍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무조건 책임진다면 선생님은 체험학습을 포기할 것이고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간다. 그렇다고 선생님에게 소풍도 가고 책임도 지라고 요구할 순 없다. 소풍은 선생님의 재량사항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가 소풍에 따라가 안전업무를 보조하면 어떨까. 소풍장소와 시기도 학부모 추천을 받아 선택할 수 있다. 소풍을 거부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그 자녀를 보내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렇다고 별도 교육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학생의 학습권을 넘고 선생님의 교육권을 침해한다. 내 아이가 소풍에 가지 못하니 다른 아이도 가지 못하게 요구할 수 있을까. 다른 학생과 선생님의 권리를 침해하니 허용될 수 없다. 행정기관, 수사기관, 법원을 모두 거치더라도 권리를 관철하겠다는 학부모가 있겠지만 그 칼날은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향하고 공존공생의 길은 멀어진다.

학부모와 선생님이 각자의 권리만 끊임없이 주장하고 오직 법에만 호소하는 곳에선 답이 없다. 서로 권리의 한계를 인식하고 대화를 통해 그 경계를 확인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교육현장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지를 넘어 한국의 미래와 민주주의를 어떻게 완성할지 질문을 바꿔 답을 찾아야 한다. 학교는 민주주의와 인간성을 기르는 교두보로 거듭나야 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