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로봇 시스템통합(SI) 기업의 연평균 영업이익이 2억원대에 그치는 등 산업 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 현장 자동화를 뒷받침해 온 로봇 SI 기업은 피지컬 인공지능(AI) 전환 과정에서 데이터를 확보할 핵심 접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낮은 수익성과 인력 부족, 현장별 맞춤 개발 부담으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AI·로봇산업협회가 중소벤처기업부 제조혁신 지원사업 참여기업 등 로봇 SI 기업 200여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한 해 기업당 평균 매출은 23억원, 평균 영업이익은 2억3000만원으로 영세한 기업이 대부분이다.
로봇 SI 기업은 로봇을 제조 현장에 실제 적용하는 역할을 맡는다. 생산 공정을 분석해 로봇이 맡을 작업을 정하고 로봇 팔과 그리퍼, 비전 카메라, 센서, 제어 장치 등을 공정 특성에 맞게 조합한다. 이후 기존 생산설비와 로봇을 연결해 작업이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자동화 라인을 구현하는 중요 역할을 담당한다.
피지컬 AI 시대에는 로봇 SI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로봇이 실제 공간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해 움직이려면 공정별 작업 데이터가 중요하다. 이 데이터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곳이 SI 기업이다.
문제는 로봇 SI 기업이 현장에서 경험을 쌓더라도 이를 후속 연구개발이나 공통 솔루션 개발에 활용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기업 영세성 때문이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로봇 SI 기업은 대부분 프로젝트 단위로 매출을 올리는 중소 규모 업체라 납품이 끝나면 다음 현장 대응에 바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익성이 낮다 보니 작업 조건, 오류 사례, 튜닝 경험 등을 정리하고 표준화해 데이터 자산으로 축적할 여력이나 인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제조 현장의 공정 노하우와 데이터는 기업 내부 자산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고, 중소 제조기업도 노하우 유출 우려로 데이터 공개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로봇 SI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다.
중기부와 협회,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로봇 SI 기업 역량 강화를 뒷받침할 정책과 사업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업계는 로봇 SI 기업의 역할을 단순 '구축 사업자'에서 '제조 현장 데이터 확보 주체'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본체는 중국과 경쟁해야 하고 AI 플랫폼은 미국이 앞서 있는 만큼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은 제조 현장에서 로봇을 실제로 잘 활용하는 SI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 지원을 받아 구축한 자동화 사업이라면 기업의 핵심 노하우는 제외하더라도 일정 범위 데이터는 축적·공유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SI 기업이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