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물 잎 상태가 이상한데 원인이 뭘까.” 태블릿 화면 속 작물 사진을 인공지능(AI)이 분석하기 시작했다. AI는 먼저 작물 종류를 확인한 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병해충 여부와 유사 진단 사례를 찾아냈다. 농업인이 경험에 의존해 판단하던 재배 관리 영역에 AI가 들어온 것이다.
18일 충북 청주오스코(OSCO)에서 열린 '2026 농업기술박람회' 현장. 농촌진흥청이 선보인 농업 전문 AI 서비스 'AI 이삭이' 체험 공간에는 미래 농업 기술을 확인하려는 관람객 발길이 이어졌다.
AI 이삭이는 병든 작물을 들고 상담기관을 찾아가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농업인의 판단을 돕기 위해 개발됐다. 사진을 올리면 AI가 작물을 먼저 식별하고 사용자 확인을 거쳐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AI 이삭이를 개발한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사진을 보내면 AI가 먼저 작물을 판단하고 사용자 확인 후 관련 정보를 찾아준다”며 “농진청 고객지원 사례와 라벨링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사례와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진단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병해충뿐 아니라 생리장애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고도화했다. 작물 상태를 분석해 병해충 영상진단 또는 관련 농업 정보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농진청은 오는 9월 AI 이삭이 2.0을 공개하고 연말까지 토양·비료·농약 안전정보 등 기존 농업 서비스 36종과 연계를 추진한다.

AI가 농업인의 판단을 돕는다면 로봇은 부족한 일손을 보완한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네 발로 움직이는 4족 보행 농업로봇이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았다. 울퉁불퉁한 농업 환경에서도 이동할 수 있도록 개발된 로봇이다. 카메라와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작물을 인식하고 작업 여부를 판단한다.
개발에 참여한 세종대 산학연구팀 관계자는 “참외를 우선 대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특정 작물 전용은 아니다”며 “이를 기반으로 다른 시설 작물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는 스스로 이동해 작물을 찾고 작업 단계로 연결하는 반자율 수준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주행 중 작물을 발견하면 멈추고 이후 작업으로 넘어가는 과정까지 연동하고 있다”며 “향후 비전언어모델(VLM) 등 새로운 기술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반복 노동을 줄이는 기술도 주목받았다. 쪼그려 앉거나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해야 하는 농작업 특성을 고려한 착용형 보조 장비다. 하반신 보조 장비를 착용한 한 농업인은 직접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하며 성능을 확인했다. 그는 “바닥에 있는 작물을 작업할 때는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장비가 닿는 부분은 눌림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과제를 진행 중인 성균관대학교 연구진은 “높이를 단계별로 조절해 의자에 앉는 듯한 자세로 작업하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기술도 연구 성과를 넘어 산업 생태계로 확장하고 있다. AI와 로봇은 농촌 인력 부족 대응뿐 아니라 한국형 농업 모델 수출을 위한 기반 기술로 주목받는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은 “AI 이삭이는 우리나라 농업기술 보급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기술은 AI가 지원하고 농촌지도사는 농가 경영 개선을 돕는 방향으로 역할이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형 농업 AI 경쟁력은 좁은 면적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정밀 기술”이라며 “시설농업과 집약농업 수요가 높은 국가에서 한국형 모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