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저작권]〈2〉스포츠 규칙서도 저작물일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6/24/news-p.v1.20260624.3994bb28607d46a3b9b1c3d3d438a7cf_P1.png)
스포츠 경기 규칙을 일부 변형해 대회를 열려는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시중에 판매되는 경기 규칙서를 참고해 대회 규정을 만들었는데, 이를 집필한 사람에게 별도로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포츠 경기 규칙을 기재한 '경기 규칙서'는 저작권법상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일 수 있지만, 경기 규칙 자체는 저작물로 보호받기 어렵다. 규칙서를 그대로 베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아이디어를 차용해 자체 규정을 만드는 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핵심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대상의 범위에 있다. 저작권법상의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의미한다. 즉 사상·이론·감정이나 기술·방법 같은 아이디어 그 자체는 보호 대상이 아니며, 외부로 구체화된 표현 결과물만이 저작물로 인정받는다. 하나의 사상이나 관념에서 다양한 표현 형태의 창작물이 파생될 수 있는데, 이를 특정인에게 배타적 권리로 부여하면 오히려 다양한 창작 활동을 가로막는 역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사상이나 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한 창작적 표현형식이며, 그 안에 담긴 아이디어나 이론 자체는 독창성·신규성이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경기 규칙 자체, 예컨대 “파울 시 상대방에게 프리킥을 부여한다”는 내용은 아이디어 영역에 속한다. 반면, 그 규칙을 특정한 문장 구조, 예시, 도표, 해설 등으로 풀어낸 규칙서의 구체적 서술 방식은 저작자의 개성이 담긴 표현으로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A씨가 규칙서의 문장을 그대로 베끼거나 서술 방식을 실질적으로 모방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규칙의 내용 즉 경기 방식을 참고해 자신만의 대회 규정을 작성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은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 포맷 사건에서, 무대·소품·음악·게임 규칙 등 다양한 요소들이 일정한 제작 의도에 따라 선택·배열돼 다른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추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박애란 변호사는 “'게임 규칙'이나 '진행 방식'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보호받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특정한 방식으로 선택·조합되어 독창적인 프로그램으로 구현된 경우에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전자신문·한국저작권위원회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