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검사에서 지역·필수의료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연간 3조6000억원 규모 건강보험 수가를 집중 투자한다. 과다 보상 영역인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수가를 낮춰 연간 2조6000억원을 절감하고, 이를 지역·필수의료 보상 확대에 배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2001년 현행 상대가치점수제 기반 수가체계 도입 이후 25년 만의 최대 규모 개편이다.
보건복지부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선 비수도권과 수도권 취약지(경기 의정부·남양주·이천·포천권, 인천 서북·중부권)에 연간 4000억원 규모 지역 우대수가를 신설한다. 종합병원 이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수술·처치 행위 약 2700개에 10%를, 야간·휴일 응급 수술·처치에 10%를 추가 가산한다. 인구감소지역 84개 시·군·구 의료기관 2249개소에는 입원료를 5% 가산한다.
20년 만에 진찰료도 올린다. 의원급 초진은 6%(1만8840원→1만9980원), 재진은 4%(1만3370원→1만3900원) 상향한다. 병원급 이상은 초·재진 모두 2% 인상한다. 10년 이상 동결해온 입원료 기본수가도 일반병실 7%, 중환자실 10%로 각각 올린다. 진찰·입원료 강화에 투입하는 재정은 연간 1조5000억원 규모다.

중증·응급 최종 치료 보상은 연간 9000억원을 투입해 파격적으로 확대한다. 심뇌혈관·암·복합골절 등 난도 높은 수술과 시술 1600여개 수가를 20% 올린다. 야간·휴일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거쳐 입원한 환자의 수술 수가는 현행 대비 최대 5.5배까지 높인다. 전신마취와 중증수슬 동반마취 등의 수가도 50% 상향한다.
모자·소아 의료 분야에는 연간 3000억원을 배정한다. 28주 미만 조산아를 중증모자센터에서 분만하면 기본 수가에 약 440만원을 가산하고, 비수도권은 약 506만원을 가산한다.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는 지역에 따라 최대 2.5배까지 높아진다. 소아 진찰료 가산 연령은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확대한다.
급성기 치료 이후 회복기와 재택까지 이어지는 의료체계 확립에는 연간 5000억원을 투입한다.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금은 연간 7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늘리고, 중환자실 조기 재활 시범사업도 도입한다.

투입 재원은 과보상 영역의 수가 인하로 마련한다. 비용 대비 수익률이 190%에 달하는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 수가를 평균 28% 인하해 연간 총 1조9000억원을 줄인다.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도 27년 만에 개편한다. 기존 검사료의 10%로 운영해온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검사료 안에서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보상을 구분한다.
이번 방안은 실무 준비를 거쳐 12월부터 시행한다. 모자의료센터 보상 강화 등 일부 과제는 3분기부터 앞당겨 적용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 수가 혁신방안은 국민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첫걸음”이라며 “지역 의료 인력 확충, 의료사고 민형사상 부담 완화, 국립대병원 육성 등 제도 개선도 함께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