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저작권]〈3〉 무단 번역에도 저작권이 있을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7/01/news-p.v1.20260701.00f0174a57b44813b972d6769052426f_P1.png)
A씨는 얼마 전 외국 소설의 번역본을 자신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가 번역가로부터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소설 원저작자는 한국어 번역을 허락한 적이 없었다. 번역가도 원저작자에게 번역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번역본을 출간한 것이다. A씨는 의문이 들었다. 무단으로 번역된 작품이라면 그 번역가도 저작권을 주장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생각은 틀렸다. 무단으로 작성된 번역물이라도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는다.
우리 저작권법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등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2차적저작물'로 규정하고, 이를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한다. 외국 소설을 번역한 결과물은 '번역'이라는 방법으로 작성된 창작물이므로 2차적저작물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번역본을 번역가의 허락 없이 복제·전송한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쟁점이 남는다. 번역가 본인도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번역을 했다는 점이다. 저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고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 원저작자인 외국 소설의 작가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보유하며, 번역가가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번역본을 만들었다면 이는 원저작자에 대한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무단으로 작성된 2차적저작물이 그 번역가를 기준으로 봤을 때도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지 여부다. 저작권법 제5조 제1항은 기존 저작물을 토대로 새로운 창작성을 가미해 별개의 저작물을 만들 것을 요구할 뿐, 원저작자의 허락을 보호 요건으로 명시하지 않는다.
대법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대법원은 1995년 판결에서 피해자가 만든 교육용 교재가 다른 교재를 토대로 한 2차적저작물이라도 원저작자의 저작권 침해 여부와는 별개로 저작권법상 2차적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판시했다.
즉 번역가가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번역물 자체는 2차적저작물로서 독자적인 보호 대상이 된다. 결국 A씨가 이 번역본을 번역가의 허락 없이 복제·전송한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무단 번역이라는 사정이 번역가에 대한 침해를 정당화하지는 않는 셈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임애리 변호사는 “무단 번역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 해도 그 보호 범위는 번역가가 창작적으로 번역한 부분에 한하므로, AI 등 기계를 이용한 번역이나 원저작물을 번역했을 때 전형적으로 나올 수 있는 표현 은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전자신문·한국저작권위원회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