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계기로 월가에서도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대거 출시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투자 선택지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로셰어즈(ProShares), 레버리지셰어즈(Leverage Shares), 렉스셰어즈(REX Shares) 등 자산운용사들은 SK하이닉스 ADR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운용사는 주가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ETF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운용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다음 주 최소 6개의 관련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외국 기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인 265억달러 상당의 ADR 상장에 나서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를 겨냥한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홍콩에서는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홍콩 자산운용사 CSOP가 운용하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최근 주가 조정 이전까지 운용자산(AUM)이 160억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로 성장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경우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그리고 이들 종목을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거래가 늘면서 대형 반도체주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JP모건자산운용의 존 조 한국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점차 상승 추세를 쫓는 모멘텀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단일 종목 ETF의 성장은 초대형주의 거래량과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레버리지 ETF의 확산은 주식시장 상승 사이클 후반부에 나타나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행태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며 “건전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레버리지 상품 규모가 커질수록 운용사들의 일일 리밸런싱 거래도 증가해 기초 주식의 가격 변동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레버리지 ETF의 자산 규모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목표 수익률을 정확히 추종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초자산과 ETF 간 추적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BI의 레베카 신 ETF 애널리스트는 “미국 투자자들도 홍콩의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서 나타났던 추적 오차 문제를 겪을 수 있다”며 “투자 수요가 시장에서 확보 가능한 주식 물량을 크게 웃돌 경우 ETF 발행사가 헤지와 주식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운용사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고려하면 충분한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렉스셰어즈의 아시아 사업개발 책임자인 프랜시스 오는 “이번 상품은 SK하이닉스에 직접 투자하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잠재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