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종료를 공식 선언하면서도 협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란 역시 “항복은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대화 가능성은 열어둬 군사적 압박과 외교가 병행되는 불안정한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미국에 대화를 계속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도 이에 동의했다”면서도 “이란 측에 휴전은 종료됐다고 단호하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종전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는 기존 발언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표단이 이란과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허용하겠다며 외교적 협상 가능성은 유지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이에 대해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전쟁 종식이 최우선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이 분쟁이 이란의 항복으로 끝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합의를 깨고 다시 도발한다면 전면적인 방어전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먼저 협상 지속을 요청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이란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의 협상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카타르 등 중재국과의 외교적 접촉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의 핵심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종전 양해각서(MOU) 제5항에 대한 양국의 상반된 해석이다. 제5항에는 전쟁으로 봉쇄됐던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을 재개하기 위해 이란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국제 선박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며 기뢰 등 군사적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란이 오만 등 주변국과 함께 향후 해협 관리 방안을 협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를 국제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해야 한다는 근거로 해석하며 이란에 선박 공격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개방을 공개적으로 선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해당 조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자국의 관리 권한과 통제권을 인정한 것이라며 외부 세력이 해협 운영에 개입하거나 별도의 통제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은 자국 연안을 따라 지정된 항로 이용을 요구하며 해협 관리 권한을 강조하고 있으며, 통항 선박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MOU 위반으로 규정하고 보복 공습과 추가 제재를 병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양측 모두 협상의 문은 닫지 않고 있어 카타르와 오만, 튀르키예,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의 외교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휴전을 전제로 했던 기존 MOU 체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향후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합의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