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의약품 유통과 관리, 재고 파악이 보건당국에 의해 실시간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에 가깝다.
제약사나 도매상 등 민간 기업은 이미 바코드와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해 자사 약품의 배송 흐름과 물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심지어 국토교통부 같은 타 부처 조차 배송 중 온도 이탈을 즉각 감지하는 실시간 콜드체인 모니터링 기술을 우수 신기술로 지정하며 앞서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엄격히 관리·감독해야 할 법적 책임과 권한을 가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후에 전송되는 보고된 장부만 보며 실시간 행정 공백을 자초하고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은 보건당국 고위 책임자들의 안일한 인식과 책임 회피에 있다. 복지부는 실시간 확인의 필요성과 실효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고, 식약처는 유통 단계별 재고 관리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부처들이 유통 데이터가 복지부, 식약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세 기관으로 나눠져 있는 것을 핑계삼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단 한 번의 온도 이탈로도 변질될 수 있는 백신과 바이오 의약품의 운송 기록을 판매자에게만 맡겨두고 사후 점검에 그치는 당국의 태도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우리 국민은 이미 지난 코로나19 펜데믹 때 백신 등의 냉장온도 이송과 그 이탈이 가져오는 피해를 목도한 바 있다. 그 사태를 겪은지 4년이 지나도록 아직 실시간 이송 관리가 기업 사업 목적에만 맡겨지고 당국의 책임이 가해지고 있는 것 자체가 국민들로선 경탄할 사안이다.
기술이 부족해서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처방과 조제 단계의 금기 약물을 실시간으로 차단하고 있다. 전문가 지적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 개발이 아니라 흩어진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잇는 행정적 설계와 결단 뿐이다.
이제는 데이터 실시간 시대다. 보건당국은 부처 간 칸막이를 과감히 허물고 흩어진 의약품 유통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소관 다툼을 멈추고, 시스템 전체의 실시간 고도화를 총괄할 명확한 책임 주체를 세워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타부처 소관 기술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국민 건강과 안전도 24시간 실시간으로 촘촘하게 관리되는 선진 시스템으로 대대적인 통합 작업과 업그레이드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당국의 즉각적인 정책 판단과 행동을 촉구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